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엄마가 말하는 아이의 직업 선택
우리 아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만 3세에 킥보드를 너무 잘 타 운동신경이 탁월한 줄 알았습니다. 만 4세에는 블록으로 별 걸 다 만들어 손재주가 좋나 보다 했습니다. 만 5세가 되니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도치맘의 기준으로 사물의 특징을 아주 잘 파악하고 표현해 낼 줄 아는 강점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종종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손주를 보고 ‘화가가 되려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포크레인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포크레인 기사‘가 될 거냐고 물으셨죠.
그림을 잘 그리면 화가, 포크레인을 좋아하면 포크레인 기사, 글을 잘 쓰면 작가, 춤을 잘 추면 댄서. 재능과 직업의 단순한 줄 긋기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회사에서 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가 사는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없어지고, 또 새로 생길까 궁금합니다. 저 자신 역시 이미 만들어진 직무 카테고리 안에서 나의 직무를 찾으려고 헛된 노력을 했으니깐 말이죠.
”내가 이 직업을 평생 해보니 좋더라 그러니 너도 그 직업 선택해라 “ 또는 ”내가 해보니 힘들더라 너는 다른 직업을 가져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상의 규칙과 질서는 오래전에 깨졌고, 나 혼자의 경험치로 직업을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요즘 학원가에서 불고 있는 ’ 의대 열풍’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정해진 답만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원망스럽습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문가들이 답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이제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답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의 흥미는 킥보드에서 블록 만들기, 그림 그리기로 계속 변하듯 분명 성장하면서 또 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고 재능을 발휘할 것입니다. 아이의 꿈도 계속 바뀌겠죠.
제가 저의 경험치로 만들어놓은 세상의 틀 안에 아이를 끼워 맞추고, 아이에게 특정 직업을 추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끊임없이 아이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너는 왜 그걸 좋아하니?”
“그걸 하면 왜 즐겁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재밌니?”
“너는 그 (직업)을 왜 하고 싶니?”
”그 (직업)을 통해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니? “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놀랍게도 30대 후반이 되어서도 저는 아직까지 직업탐색의 여정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 역시 끊임없는 직업탐색의 여정을 거치며 제가 절대 모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죠. 저는 그 여정을 주도하고 답을 찾아주려는 노력 대신 조용히 응원하고 힘차게 격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