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든 마음에 초록잎이 돋아날 때까지
2023년 1월 10일의 이야기
우리 아파트 가운데에는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들이 30그루 넘게 군집해 있다. 곧게 자란 나무들은 유독 날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왜인지 어색해진다.
붉은 계절바람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지는 낙엽 사이에, 흔들리는 그 얇고 뾰족한 초록잎의 모양새가 어색하다. 온 세상 하얗게 덮이고 색을 잃어 분간되지 않는 나무들 틈에서, 저만 초록으로 빛나는 그 나무가 눈에 띈다. 계절이 제멋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기도 하는데, 소나무는 365일 초록을 유지하는 게 참 이상하다.
이상한 마음 투성인데,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에 우두커니 영원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워진다. 쉽게 지는 내 낙엽 같은 결심과 참 다른 모양새이다. 그래서 이상하고 어색한 감정으로 소나무를 바라보는가 보다.
결심 :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함.
분명 시작은 결심이었다. 내 상상은 소나무였고 곧은 마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낙엽이다. 그러니까 낙엽 같음과 굳은 마음이 한 곳에 뭉쳐있는 내 모습이 웃긴 거다. 쉽게 떨어지는 마음 하나 잡지 못하는 내가 ‘소나무가 되고 싶다’ 이야기한다.
언제부터 나의 결심은 쉽게 증발되었을까. 결과를 내지 않는 미완의 내가 더 편했을 수 있다. 혹은 그 모습이 더 좋다 생각했을까. ‘실패’와 ‘도전 중’, 그 한 끗에서 나는 후자인 게 더 괜찮다 판단했을 수 있다.
습관이 되었을까. 쉽게 포기하고 쉽게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이 되려 내 태도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두렵다. 나는 내가 색을 잃어 무엇이었는지도 모를 나무처럼 되어버릴 것 같아 답답해진다. 눈이라도 내려 그냥 하얗게 덮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면 되지 싶다.
또다시 난 결심을 내 몸에서 떨어뜨린다.
어떻게 소나무는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 초록의 결심을 품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낙엽 같은 마음으로 소나무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