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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대 1층은 너의 흔적

by 포티

항상 높은 곳에 물건을 두는 습관이 있었다.

되도록이면 너의 시선에 닿지 않는 곳에 두었다.

사실은 의자의 네 다리까지도 올려두고 싶었다.

한동안 너는 우리의 말썽쟁이였으니까.


겨울엔 건조기를 사용해서

한동안 사용할 일 없는 건조대를

봄이 되니 슬슬 사용하기 시작했다.

철제 건조대는 나름 2층짜리였지만

1층은 너의 영역이 되곤 해서 사용하지 못했다.


오늘 이불을 빨았다.

해가 좋아 빨래하기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빨래가 많아 이불은 건조대에,

작은 빨래들은 건조기에 돌렸다.


양이 꽤 많았는지 몇 빨래들은 더 말려야 했다.

그래서 이불을 널은 건조대 1층에

그 빨래들을 널어두었다.

바닥에 닿을 듯 아주 낮게.



그 아슬한 빨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높은 곳에 물건을 두었었는데..

너의 시선 먼 곳을 찾았었는데..

의자의 네 다리까지도 올려두고 싶던 마음들은

언제 너와 함께 사라졌는지.


문득 빨래를 하다 네가 생각났어.

이상한 타이밍이라 웃음이 났는데

사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어.


정말 오랜만에 너의 모습을 떠올렸어.

잘 지내고 있니?

우리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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