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너희들만 빛난다면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손주까지 본 친구한테 물었다. 곧 상견례하게 생겼다고.
어머머, 축하한다 얘, 너 당장 머리 염색부터 해, 알았지.
흰머리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고 한 친구한테도 물었다. 곧 상견례하게 됐다고.
괜히 시어머니가 자기주장 강하게 보일지 모르니 염색하는 게 좋겠어.
8개월을 버텼는데, 아깝다. 환갑도 지나고 일도 그만둔 마당에 하고 싶은 거나 맘껏 실컷 해보자고 했던 건데. 내 흰머리에 시선을 고정하며 야릇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무시했고. 생각보다 괜찮다는 주변의 반응에 힘입어 고잉 그레이 밀고 나가고 있었는데. 너무나 갑작스럽다.
막내는 여자친구하고 의논해서 신혼부부 행복주택 신청했다면서 집만 정해지면 바로 결혼하겠다고 했다. 엄마도 그럼 좋지, 했다. 그런데 대기번호가 두 자리 수라고 해서 언제가 될지 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다음 주에 계약해야 한다니. 내년 초까지 혼인신고하고 입주까지 마쳐야 한다고 했다. 집계약-상견례-입주-결혼식 순이 될 것이다. 순서가 뭐 중하랴. 제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번듯한 집이 서울에, 그것도 출퇴근 30분 거리에 생겼는데, 너희 복 받았다, 정말 장하다.
이 모든 것이 추석연휴 지나고 나서 생긴 일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톡이 와 있었다. 나 혼자 보고 한참 웃었는데 남편한테도 똑같은 내용이 도착했다고 한다. 정말 웃겨, 우리 아들 누굴 닮아 저렇게 꼼꼼하대. 당신도 그래? 나 요즘 기분이 묘해. 기분 좋은데 말로 하기 힘든, 기분 좋은 묘함이야.
결혼식에 대해 어머니의 의견이 궁금해요.
1. 어머니 쪽 손님은 몇 분 정도 오시는지? 대략
2. 예식은 어느 수준으로 했으면 좋겠는지? 저희 결혼이니까 저희가 주도하지만 그래도 어른들도 오시는 자리니까.
3. 결혼날짜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는? (**네는 없다고 함)
4. 기타 조언이나 의견 있으심 말씀해 주세요.
고잉 그레이 못해도 상관없다. 너희들이 빛날 수 있다면 내 머리쯤이야 뭐가 대수랴. 어제 전에 하던 대로 염색하고 왔다. 덕분에 대물림한 동안童顔 살아났다. 너무 어려 보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