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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Nov 19. 2021

맘디터의 애, 개, 책 이야기

정복당하지 말고 정복하기

세 아이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우면서 출판사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고, 몸은 점점 직사각형이 누워있는 비율로 변형되고, 졸음과 깨어있음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피곤에 찌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늘 저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기다립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생선 세 마리를 먹고, 제 사과를 기다립니다.

원고는 책으로 탄생하고 싶어서 노트북 화면을 통해 저를 노려보며 기다립니다.


저는 불성실한 편이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합니다.

다만 아주 가끔은 나를 기다리는 애, 개, 책들에게 미친듯이 애정을 퍼붓습니다. 하루에 그래도 몇분동안은 애들을 세게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줍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레오의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빕니다.

마감이 코 앞인데도 하루에 몇분은(몇분만) 원고를 쭉쭉 뽑아냅니다.


그럼 그들은 그 짧은 사랑 폭풍에 젖어서 정신못차리고 저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납니다.

세 명의 애와 한 마리의 개와 세 권의 원고에게 단 몇분, 사랑을 적극적으로 퍼붓는 실천이 있기에 그들에게 정복당하지 않고 나름 저의 주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양이 아닙니다.

나를 기다리는 것들을 찾아내고 단 몇분이라도 스스로 사랑과 관심을 퍼붓는다면, 나는 피곤과 환경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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