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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Nov 21. 2021

<라라랜드>의 그 한 장면

영화 <라라랜드>가 꺼낸 모두의 슬픔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 미아가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그와 결혼한 다른  미래를 상상해보는 슬픈 연주씬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꾹꾹 눌러담은 내게.

한참 뒤 어느 선배가 칼국수를 후루룩 삼키면서 말을 꺼낸다.


"그 영화 보고 미치는 줄 알았어. 헤어진 연인이 생각나더라. 그 남자와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그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영화에 그 장면이 나와서 너무 놀란거야. 남편에게 미안했어."


칼국수를 먹다가 뿜을 뻔 했다.

사실은 내게도 꿈에 종종 나타나는 옛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였고, 나는 솔로인 적이 없었을 정도로 늘 새로운 연인을 사귀곤 했지만, 5~6명의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야 내가 아무 사이도 아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 사이도 아닌 그에게 느끼는 그 사랑은 현실성이 없는 안개 같은 감정이기에 나를 둘러싼 건 맞지만 아무런 힘도 갖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미아처럼 소중한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아줌마가 되었다.

꾹꾹 눌러담은 그 장면을 상상하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걸까?'

그런데 나와 정말 비슷한 한 사람을 또 발견했다. 


아주 오래전에 남편 선배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어떤 부부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나는 그 여자와 남편이 과거에 연인사이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둘은 어색했고 침묵했다. 마음의 조명이 있다면 그 둘만 딱 비추는 그런 장면이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좋아했던 그 남자 앞에서 내가 딱 그러고도 남는다.

그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남자 미아가 내 남편이라니!


남편의 그 소중한 추억이 아주 가끔은 남몰래 남편의 마음에 첫눈이 되어 뽀얗게 내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칼국수를 먹으면서 라라랜드 이야기를 나눴던 선배한테 당장 말해주고 싶다.

"언니, 남편한테 너무 미안해 하지 말자. 남편들도 우리 말고 과거의 그 여자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할거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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