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의 첫 이별

소년의 이별식

by 맘디터

지난 달 말일, 우리집 11세 소년은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매일 다니던

태권도장이 문을 닫는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서운할까 걱정됐지만, 사실 5년 간 주인이 여러번 바뀐 태권도장이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모네에서 놀던 소년을 데리고 귀가하던 길, 아이가 차분하게 말을 합니다.

"엄마, 아까 피아노학원에서 나오는데 태권도장을 공사하고 있더라."

"새롭게 고치는 걸거야. 엄청 좋아질 걸?"

무심한 엄마곰의 말에 소년이 대답합니다.

"엄마... 안에 있던 물건들이.. 다 밖으로 나와 있었어..."


엄마곰은 자신의 말이 소년의 마음과 다른 차원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말로 물었습니다.

"엄마랑 가서 한번 볼까?"

"응"


소년은 태권도장을 마주보고 있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기에

이미 낮에 태권도장의 공사 현장을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늦은 밤 귀가길에 발걸음을 돌려서 엄마곰과 함께 다시 찾아갑니다.

낮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사현장인 그 곳을 소년 혼자 계속 바라보기가 멋쩍었을지도 모릅니다.

소년은 모두 사라진 늦은 밤이 되어서야 복도 유리 안을 마음 놓고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아이가 관장님, 사범님이 여러번 바뀌는 태권도장을 항상 즐겁게 다녀서

엄마곰은 우리집 소년이 이별에 무딘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소년은 5년 동안 항상 자신을 기다려주는 태권도장이 있었기에,

한번도 이별을 겪지 않았다는 걸.. 엄마곰은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소년은 수없이 바뀐 관장님, 사범님도 매번 좋아했지만, 많은 변화와 상관 없이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을 맞이해 주었던 그 작은 공간을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소년이 첫 이별을 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아파하고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소년의 손을 붙잡고 귀가하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유도를 시작하잖아. 더 좋은 관장님, 사범님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런데 엄마곰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운동, 좋은 관장님, 좋은 사범님을 다시 만나도,

소년의 마음 속에 새겨진 종암동 백호태권도장의 자리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아무도 모르게 혼자 머무르는 공간이 될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소년의 이별식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KakaoTalk_20211204_000021062_01.jpg <종암동 백호태권도,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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