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노웨이 홈> 펑펑 울다
11세 아들의 마음을 엿보다
우리 가족은 마블 매니아다.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각자 n차 관람을 한다. 특히 나.
이런 내가 유독 망설이는 시리즈가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하이틴 무비 같은 느낌에 가끔 손이 오글거리고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노웨이 홈을 보고 펑펑 울었다.
피터가 숙모와 헤어지는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집 11세 소년이 피터와 겹쳐서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집 소년도 엄마곰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고, 공부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늘 우정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열등감과 싸우고 있다.
우리집 소년은 늘 실수하고 괴로워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선한 의지로 가득차 있다.
피터의 우정과 사랑, 슬픈 이별, 선한 의지, 안타까운 실수들을 보면서
집에 있는 소년이 생각났고, 영화 후반부 피터가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을 보며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우리집 소년이 호르몬의 변화로 '자유'라는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아이가 꺼내야할 용기, 외로움, 도전 등을 생각하면
엄마곰은 마음이 무겁다.
왜냐하면 이제 정말 지켜보는 것 외에는 엄마곰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영화를 보자마자 피터가 피투성이 얼굴로 슬프게 울고 있는 저 장면을 자신의 프사로 해놓았다.
11세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에 네드와 MJ 같은 좋은 친구들이 생기기를
엄마곰은 꿈꾼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멋진 로맨스가 내 것이 되기를 바랬던 그 뜨거운 가슴이 이렇게 지나간다.
이제는 우리집 소년 소녀들이 영화 속 진실한 사랑과 우정의 주인공이 되기를 깊이 열망해 본다.
갓난 아기의 얼굴을 하고 잠든 11세 소년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내일 아침에 눈 뜨면 <스파이더맨:노웨이 홈>의 대사를 해 줘야겠다.
"넌 정말 어메이징 해. 따라해 봐. 어메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