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지 않는 이유

12세 아이의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소감

by 맘디터


12세 소년이 학교에서 "나는 너무 잘 생겼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였습니다.

'왜 집에서 안 하는 행동을 하지?'

'최근에 성적이 많이 떨어진 거랑 어떤 연관이 있나?'

아이를 셋이나 키우지만 큰 애는 늘 불안하고, 부족해 보입니다.

최근에 작업한 아동청소년심리상담사 책의 저자분께 연락하여 말씀을 드리니 검사를 권유하시네요.

'내게 이런 일이 ㅜ.ㅜ'

심리상담센터에 연락하여 센터에서 권유해 주신 풀-배터리 검사를 예약하였습니다.

2~3시간에 걸친 검사라고 하여, 아이가 검사받을 동안 잠깐 귀가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아이 검사 전에 제게 주시는 검사지가 한 뭉치입니다.

"이게 뭐예요?"

"지금부터 설명드릴게요"

세상에나...제가 답변해야 하는 검사가 850문항이 넘었습니다.

그것도 아이에 대한 것만 아니라 저에 대해 대답해야 하는 문항이 더 많았어요.

성격이 급한 저는 엄마로서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취소했을 거예요.

몰라서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 문항, 한 문항 검사를 받는데 심리검사라 그런지 질문 자체만으로도 아이와 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그 검사지를 작성하다보니, 아이는 정상-엄마인 저는 또라이었습니다.


질문: 아이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까? y

질문: 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까? n


질문: 아이는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냅니까? y

질문: 나는 아버지를 사랑합니까? n


검사비용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대답하려고 노력할수록 아이는 건강하고, 저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만 반복되었습니다.

10일 후에 검사결과가 나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지 않아도 모든 문제가 저의 내면에 있다는 걸 스스로 깨우칩니다. 사실은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지 않는 이유가, 오은영 박사님의 조언을 한 개라도 제대로 실천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검사를 통해서 내가 아이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은 내가 만들어낸 나의 불안이며, 첫 애가 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풀 배터리 검사를 받으러 갈 때 제 동생과 조카가 나눈 대화를 들려 드립니다.

"세인아,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못해도 돼. 그런 거 안중요해. 사람은 그냥 행복하면 돼."

"엄마...."

"왜?" (아마 세인 엄마는 이쯤에서 세인이가 엄마 말에 감동하는 걸 기대했을지도 몰라요)

....

"엄마....

나는 공부도 잘하고! 공부가 하기 싫은 적도 없어! 그런데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정신차려!"


제 동생은 너무 무안해서 아무 말 없이 걸었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의 마음은 그 아이를 둘러싼 어른이 칠하고 있는 그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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