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께서 김포 이모님 댁에 가셨다가 넘어지셔서, 어깨가 크게 골절되는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구급차로 응급실에 이송되었고, 남편과 저는 한 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골절 부위가 커서 바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집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엄마를 모시고 나왔습니다.
엄마를 부축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떨렸습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소개받은 전문의를 찾아 노원까지 갔습니다.
수술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으셨지만, CT 촬영 결과 골절 부위가 크고 어긋나 있어 다 틀어지기 전에 빨리 고정해야 한다며 바로 수술 일정을 잡아주셨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습니다.
엄마가 통증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하신 겁니다. 그냥 버티시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혀 엄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히 설명하셨습니다.
“통증은 점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는 이유는 골절 부위가 잘못 붙으면서 생길 수 있는 기형과 장애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자녀분들께 그런 짐을 지우면 안 됩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안 하겠습니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진료실 밖으로 나와 간절히 설득했습니다.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라도 받아줘.”
그때 엄마가 제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는 나에 대한 배려심이 없어.”
엄마의 그 한마디.
그 한마디…
순간 병원 형광등이 멀어지고 귀가 먹먹해졌습니다. 제 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졌습니다.
스무 살 때부터 동생과 함께 엄마를 책임지며 살아왔습니다. 과외, 편의점,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늘 짐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엄마는 가혹한 운명의 피해자였습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엄마의 행복을 바라는 딸들이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생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일 년 전, 동생은 엄마와의 갈등 끝에 관계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때도 단 한마디의 말이 문제였습니다.
동생이 빠진 뒤, 엄마를 챙기는 일은 더 버거워졌습니다. 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외할머니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도 조금만 이해해 주자.”
늘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병원 진료실 앞에서 들은 한마디.
“너는 나에 대한 배려심이 없어.”
그 말은 스무 살 이후 쌓아온 저의 모든 시간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엄마를 걱정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또다시 부모에게 무방비로 상처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갑고 낯선 말투로 엄마에게 진료기록과 CD를 건넸습니다.
“많이 아프면 이거 가지고 병원 가.”
그리고 엄마를 내려드린 뒤 돌아섰습니다.
다음 날 토요일 아침, 종암동 스타벅스에서 원고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술 일정이 잡혔냐고 물었습니다.
전날 일을 담담히 이야기하자, 친구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네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넌 정말 잘했어. 이제 그만 생각해.”
그 말에 나도 함께 울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없습니다. 하필 이런 분들을 만난 것도 제 운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도 나지 않았고, 억울하지도 않다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대신, 혼자 꽉 쥐고 있던 끈을 놓아버리기로 한 것 같습니다.
투두둑, 투두둑, 투두둑.
엄마와 이렇게 많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모든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제가 얼마나 엄마를 지키고 싶어 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너는 한 순간도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조금도 미워하지 않았고
가슴속에 한이 없어서
늘 동그란 해님이 빛나고 있었어
이제 너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게
너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으로
네 선택을 받아들일게
네가 미움과 원망 대신
모든 끈을 놓아버린 그 순간
-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