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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n 21. 2022

리트리버가 여름을 보내는 귀여운 방법

선풍기 앞을 떠나지 않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레오

만 12개월이 넘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레오의 별명은 털순이, 래똥이입니다.

리트리버의 털빠짐이야 워낙 유명하고, 화장실 배변판에만 배변을 보는 똑순이지만, 그 양이 워낙 많아서 아빠곰은 오레오를 래똥이라고 부릅니다.

레오는 래똥이, 털순이, 레오, 오레오라는 네 개의 이름을 다 알아듣는 똑똑이 리트리버입니다.

리트리버는 워낙 느긋하고 조용합니다. 천둥 번개가 치면 아파트 단지 내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울리는데, 오레오는 천둥 번개를 조용히 감상하고 있습니다.

전기기술자님을 불러서 전등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는데, 오레오는 고개를 들고 천정을 바라보며 30분 넘는 그 작업을 꼼짝 없이 가만히 지켜봅니다.

감정 표현도 없고, 소리도 없이 얌전한 다둥이네 리트리버 오레오가 집착하는 유일한 대상은 선풍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선풍기를 틀면 하루종일 선풍기 앞을 떠나지 않습니다. 자세만 바뀝니다.

이 자세는 용납못해! 오레오 비켜, 나도 덥다고!!!!

성질도 부릴 줄 모르고, 소리도 내지 않고, 늘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오레오가 선풍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뭔가 짠하고 또 귀엽습니다.  가족들이 보드게임을 할 때도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그 표정. 남편은 가끔 말합니다. 리트리버는 너무 철저하게 인간의 편리 위주로 유전자를 만들어놓은 종 같다고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선풍기를 옮겨놓으니 오레오의 위치도 바뀌었습니다.

선풍기 하나 만이라도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착한 마음에 할머니곰은 오레오 집 앞에 선풍기를 틀어줍니다. 오레오를 키우면서 불편한 건 딱 하나입니다. 그 고요함에 길들여져서 개 짖는 소리를 가족 모두 낯설어 한다는 겁니다. 우리 가족들에게 반려견이란 존재는 엄청 조용하고 감정기복이 아예 없는 큰바위얼굴 같은 의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레오는 오늘도 소리없이 가족들의 마음 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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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LIGUE

친정엄마께서 전화로 친구분과 대화를 나눕니다.

(엄마 친구) "어제 우리 딸이 용돈으로 100만원을 주지 뭐야~"

(우리 엄마) "그래?

(엄마 친구) "너는?"

(우리 엄마) "우리 딸 집에 리트리버가 있는데, 말을 다 알아들어. 아무리 배고파도 먹으라고 말해야 먹고, 고스톱 치는 데 옆에 와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앉아 일어나 엎드려 누워 빵야 다 알아듣고 (줄줄이 리트리버 자랑)"

(엄마 친구) "......."

친구의 딸 자랑에 개 자랑으로 응수하신 친정엄마는 진정한 고수인걸까요ㅋㅋㅋ

엄마는 진심이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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