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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n 20. 2022

개성 강한 세 자녀와의 외출

메뉴 하나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무시무시한 다채로운 그 이름, 대가족

사용기한이 다가오는 죠스떡볶이 쿠폰이 세 장이나 있습니다.

일요일 점심은 떡볶이를 먹기로 하고 외출을 하는데, 이 기회에 아이들의 욕망이 분출됩니다.


첫째곰 "떡볶이 먹고 설빙가자"

둘째곰 "설빙 갔다가 소보루빵 사러 빵집 가자"

셋째곰 "그리고 오락실 가서 게임하자"

다시 첫째곰 "그럼 홈플러스 4D 체험관도 갈래"

다시 둘째곰 "나는 농구공 게임을 할래"

다시 셋째곰 "낚시 게임해서 물고기 잡을래"


이 외출이 순조로울까요?

아빠곰의 진두지휘로 제일 먼저 대형마트 4D상영관에 입장합니다.

둘째곰과 막내곰이 롤러코스터 가상체험을 하고, 아이들을 촬영하는 동영상을 화면으로 바라보는데.. 세상에.. 매일 막내곰을 야단치고 구박하는 둘째곰이 무서워하는 동생곰의 팔을 꼭 잡아주고 있네요.

둘째곰 "얘가 너무 무서워서 울려고 하잖아. 그래서 울지 말라고 잡아줬어."


잠시 후에 오락실로 이동합니다. 엄마곰 몰래 아빠곰과 얼마나 많이 왔는지 아기곰들은 능숙하게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각자 원하는 게임기에 앉아 게임을 즐깁니다.

첫째곰과 둘째곰이 합심하여 농구공을 골대에 넣는데, 매일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거리며 싸우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체동심으로 신기록을 세워서 보너스 게임을 2회나 받았습니다.

일대일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아빠곰은 절대로 아들곰에게 져주지 않습니다. 언니 곰도 동생곰을 이기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지만 게임은 가끔 엉뚱한 승자를 만들어 냅니다ㅎㅎ

물총으로 좀비를 쏘는 게임을 하는데 엄마곰도 너무 해보고 싶습니다. 동전을 쌓아놓고 이길 때까지 게임하는 엄마곰의 모습에 아기곰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나중에 혼자 몰래 와서 할 겁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집니다. 아빠곰이 아기곰 셋을 데리고 오락실 안에 있는 코인 노래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 또한 정말 능숙합니다)

 첫째곰이 아로하 노래를 부르는데, 그 가사가 얼마나 절절한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우리 사춘기곰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네요. 

 

그런데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마이크가 두 개 밖에 없고, 막내곰은 점점 서러움이 밀려옵니다. 언니 오빠는 절대로 마이크를 주지 않을 겁니다. 엄마곰은 가만히 지켜봅니다. 결국 네 곡 중에 한 곡만 남았을 때 오빠와 언니가 다른 게임을 하러 작은 박스를 탈출합니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아본 막내곰은 마이크의 감촉에 감탄을 하며 노래솜씨를 뽑냅니다. 노래방 부스 안의 더위 쯤은 호기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드디어 생애 최초, 노래방 마이크의 주인공이 되어 본 막내곰 

오락실에서 나와 오늘의 중요한 목적지인 죠스떡볶이에서 식사를 합니다. 아기곰들의 자기 주먹만한 작은 위장도 선호하는 게 많이 다릅니다. 첫째곰은 어묵만 먹고, 둘째곰은 떡볶이만 먹네요. 막내곰은 튀김만 먹습니다. 서로 비슷하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인가 봅니다. 

설빙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첫째곰과 둘째곰은 메뉴의 양보가 없네요. 결국 서로 다른 빙수를 시킵니다. 

개인의 취향에 양보 없는 아기곰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간은 겨우 오후 2시인데, 아빠곰과 엄마곰은 이미 심야 23시의 컨디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의 칭찬을 독차지해서 독단적이고 자기 뜻대로 세상을 살아가던 엄마곰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내 눈 앞의 사람이 지닌 존엄성에 눈을 떴습니다. 아마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이 엄마곰더러 타인의 모든 것을 존중하는 인간이 되어 보라고 엄청 강한 빛을 내는 세 개의 별을 제게 주신 것 같습니다. 


세 아기곰.. 

지금은 이렇게 모여 있지만, 조금씩 각자의 위치를 찾아 서로 다른 빛깔의 빛을 내며 자기만의 공전과 자전을 하겠죠. 엄마 곰은 그 세 개의 우주를 한 걸음 뒤에서 하염없이 응원하고 기원하며 바라봐 줄 겁니다.


개성 강한 세 자녀와 함께 하는 일요일의 외출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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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

식탁에 앉아 있는 막내곰이 귀여운 표정으로 말을 합니다.

"엄마, 치킨 만드는 방법 가르쳐줄까?"

"뭔데?" (염지하는 과정을 아이가 어떻게 설명할까 궁금해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일 먼저... 닭을 때려서 기절시켜야 된대"

"(부글부글) 누가... 그런.. 말을 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언니가 알려줬어"

"(화를 참으며) 봄아!!! 너 좀 나와 봐!!"

엄마가 안 볼 때 언니곰이 동생곰를 쥐어 박네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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