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두 딸의 대화
주말.
아들만 집에 남고, 아홉 살, 여섯 살 두 딸이 할머니네 가기로 했다.
남편이 40분 거리의 시댁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집에 와서 청소기를 돌리다가
한 숨을 쉰다.
"왜 그래?"
"운전하면서 애들 대화를 들었는데, 내용이 좀 그래서."
"무슨 대화였는데?"
"봄이(둘째)가 엘이(셋째)한테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말해 버리잖아."
"봄이가 왜 그렇게 말했지?"
봄이가 엘이에게 말한 내용은 이렇다.
"엘아, 산타클로스 믿지 마. 언니가 크리스마스 전날, 물 마시러 일어났는데
아빠가 선물 포장 하고 있었어. 산타클로스 다 거짓말이야. 산타클로스는 아빠였어."
남편의 표정을 보며, 그게 그렇게 신경쓰일까 싶어서
"동심 파괴되는 것 때문에 그래?"
"완전 동심파괴잖아."
이 남자가 동심을 이렇게 소중히 한다는 거에 조~금 감동받고 있었다.
나는 상냥하게 말했다.
"산타클로스 있다고 말하지 그랬어."
"당연히 잘 말했지."
"어떻게 말했어? 애들이 좋아해?"
남편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네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산타클로스가 안 온다고 연락왔길래 아빠가 선물 준비한거야."
순간, 나는 얼음이 되었다.
아빠의 말을 듣고 뿔이 났을 두 딸의 표정이 상상이 되었고,
산타가 있다는 아이들의 믿음을 지켜낸 자신의 멋진(?) 재치에
대만족했을 남편의 표정이 그려졌다.
당신!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거야?
NASA에 신고 안할테니까 솔직히 말해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