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아이가 너무나 사랑했던 구슬 전구
올해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민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 나는 나쁜 꿈을 자주 꾸었는데, 불 꺼진 방에서 눈을 뜨면 마주치는 밤의 검은색이 너무 무서웠다.
너무 어렸던 엄마 아빠는 아이가 왜 배개가 다 젖도록 자주 코피를 흘리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밤의 어둠과 사투를 벌이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통닭집 유리창 앞에 장식해놓은 트리와 구슬 전구를 보게 되었다.
저 반짝이는 구슬 전구가 우리 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 내내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던 엄마, 아빠는 돈이 없어서 그리고 우리 집은 부처님을 믿으니까, 저 구슬 전구를 간절히 원하는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다.
트리 불빛은 통닭집 앞에 서서 구슬전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아홉살 아이를 자꾸만 불러낸다.
아이는 저 빛나는 구슬 전구를 단 한 두개라도 가지고 싶었고,
그 아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집 안 곳곳의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지금은 눈만 감았다 떠도 아침이 되어서 문제지만, 옛날 통닭집의 구슬전구가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 집을 밝히는 예쁜 조명들이 아이들의 기억속에 남기를 바란다.
대형 트리를 장식해 놓고 아이들이 잠 든 밤, 거실에 앉아 구슬 전구를 켜놓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면 통닭집 구슬전구를 바라보는 9세 아이가 내 마음에서 걸어나와
내 옆에 앉아 트리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다.
아이야,
지금이라도 이렇게 트리를 갖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너에게 구슬 조명이 많이 있으니 이제 밤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어린 나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