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Jun 01. 2023

푸켓여행 1일차

가족 8명이 함께 하는 푸켓여행

극심한 비행기 공포증을 넘고 넘어서 푸켓에 도착했습니다.

막내가 모기알러지로 피부에 염증이 심한 상태여서 너무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였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별 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여기는 연극도 하였습니다ㅎㅎㅎ

멏년만에 항공기 기내식 서비스가 재개되어 아이들은 밥에 빵, 아이스크림, 과자까지 풍족하게 먹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타인의 서비스를 받는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수 있도록 "너희들의 여행을 도와주시는 감사한 전문가 선생님들이셔"라고 꼭 설명해 줍니다.

 

푸켓 공항에 도착하고, 우리는 이미 체력이 방전되었습니다.

태국은 한창 우기여서 너무 습하고 뜨거웠습니다. 숙소인 카말라비치의 나마카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지도 못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져서 잠이 듭니다.

저는 이번에도 푸켓과 태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저의 무지한 상상력과 낯선 여행지의 충돌이 제게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푸켓에서 첫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조식을 먹는데, 씨리얼, 열대과일, 커리, 다양한 빵이 제공됩니다. 아이들은 지난 12월 베트남 여행 때 조식이 좋았다며 불평을 합니다. 한국이 추울때 찾았던 베트남은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로 모든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한국도 여름인 상태에서 더 뜨겁고 습한 우기에 태국으로 온 아이들은 베트남이 훨씬 좋다고 단정해 버립니다.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태국이 그 멋지고 아름다운 얼굴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낼거야~~기둘려라 아가들아 "

그렇게 우리의 푸켓 1일차 여행이 시작됩니다.

첫 일정은 바나나보트를 타고 카홍비치가 있는 섬으로 들어가서 해수욕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바나나보트의 흔들림과 높은 파도에 막내는 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저도 무서워서 멘붕이 왔고, 대책없이 막내와 떨어져서 앉는 바람에 아이는 외할머니 손을 잡고 그 두려움을 오롯이 견뎌내야 했습니다.

카홍비치에 도착하고 드디어 끝없는 물놀이가 시작됩니다. 가족 모두 수영도 안하고 해달처럼 둥둥 떠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냅니다. 몆시간째 수영도 안하고, 놀이도 안하고, 아무런 움직임 없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닙니다.

열대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 거대한 소리의 울림이 우리가 처음 만난 푸켓 세상에 진동합니다. 비를 피해서 해안가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후에 다시 물둥둥 해달놀이를 하고, 다시 바다를 건너서 태국마사지 스파샵을 갔습니다.

막내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절대 안마를 받지 않겠다던 엄마는 안마기술자 선생님의 노련한 실력에 코를 골고 주무십니다. 저를 안마해주신 기술자 선생님은 손이 정말 따뜻했습니다. 제 몸이 돌맹이처럼 너무 딱딱해서 저는 나무껍질과 같았고, 그 선생님은 부드러운 바람 같았습니다. 엄마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에게

"아빠가 어깨 아프면 엄마가 주물러 주는 것처럼 여기 계신 선생님도 엄마 아프지 않게 도와주시는거야"라고 설명해 주었고 아이는 금새 이해합니다.


가족들의 마사지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사지숍에 다시 한번 열대성 장대비가 내립니다. 엄청난 자연의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저녁식사로 푸켓타운 내에 있는 타이핫폿 이라는 현지식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똠양꿍, 팟타이, 온갖 종류의 음식을 주문하고 아이들과 감사하고 즐거운 식사를 마칩니다.

"아가들아, 이 세상에는 물 한컵, 식사 한끼, 우리 여행의 단 하루조차도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어.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소중한 결과물이야."


아이들은 엄마의 고정멘트에 고개만 끄덕끄덕, 건성건성 듣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이들 속에 자리한 내면의 어른을 향해 이야기를 건넸고, 아이들 속의 그 위대한 어른은 분명히 제 마음을 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숙소로 무사히 돌아왔고, 너무 감사하게도 이불에 누웠을때 다시 장대비가 내립니다. 그 위대한 자연의 울림을 느끼며, 푸켓에서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렇게 저의 상상력과 낯선 여행지가 만나서 또 하나의 유목이 지구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리트리버 오레오의 선풍기 사랑이 돌아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