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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y 19. 2023

리트리버 오레오의 선풍기 사랑이 돌아왔습니다

리트리버 오레오는 선풍기를 사랑한다.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나와 선풍기 사이에 그 육중한 몸이 끼어든다.

얄미워서 선풍기를 돌려놓으면, 발 한쪽이라도 선풍기 위에 톡 올려놓는다.

제일 웃긴 건 선풍기 바람을 맞는 그 표정이다.

리트리버 특유의 생각에 잠긴 모습, 할말이 많지만 참고 인내하는 표정, 세상 이치를 다 아는 듯 깨달음 가득한 눈빛.

오레오는 워낙 소리가 없고 조용한 편인데,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은은한 바람을 음미하느라 몇시간이고 선풍기 앞에서미세한 소리도 없이 하염없이 더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오레오와 선풍기의 시간에는 선풍기의 기계음만 가득할 뿐이다.

대가족이 모여사는 우리집의 소음이 오레오는 정말 괜찮을까?

오레오의 귀가 너무 커서 둘째 아이가 <귀 부자 오레오>라고 별명을 붙여준 우리집 리트리버는 그 천사같은 눈으로 매일 우리집 천사들의 힘찬 시끄러운 날개짓을 바라보고 있을까?

(혹시 내가 들고 있는 악마의 삼지창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은근 걱정도 된다ㅋㅋㅋ)

소리가 없다보니 리트리버의 표정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그래, 그게 리트리버가 주는 힐링의 마법이지.

나도 남편도 아이들도, 할머니도 다 알지.

우리 모두 정말 잘 알지.

우리집 리트리버의 침묵이 갖는 위대한 힘을.

너를 바라보게 만들고, 너를 사랑하게 만들고, 너만 생각하게 만드는 너의 그 깊은 눈빛과 고요함의 힘을..

우리집에서 제일 조용하고 제일 생각이 많고, 제일 생각이 깊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귀 부자 오레오야~

올 여름도 너의 사랑 선풍기와 아름다운 시간을 마음껏 보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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