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산은 둘레길을 다 돌아도 1시간이 조금 넘는 동네 뒷산이다. 얼마나 작고 만만한 산인지, 우리 동네에서 개운산 운동을 다녀왔다는 말은 동네 한바퀴를 그냥저냥 돌았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매번 다른 이유로 그 작은 산을 찾는거다.
우선 우리집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심심할 때 뒷산에 오른다. 점점 내 몸이 뚱뚱해져서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에도 그 산에 오른다. 아이들이 집에서 게임과 유튜브만 하는 날에 화가 나서 아이들을 끌고 그 작은 산에 오른다. 남편과 단둘이 산책을 할 때에도 개운산에 간다. 원고 마감 등이 걸려서 체력이 바닥날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거울 속 내 얼굴이 시커멓게 보일 때, 오랫만에 친구가 놀러와서 둘이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작고 동글동글한 동네 뒷산에 오른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 초원사진관 앞에 나무 한그루가 하염없이 서 있다. 그 나무 한 그루가 지구의 공전을 비추는 거울처럼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감당하며 서 있다.
우리 동네 뒷산도 그 나무처럼 사계절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동네 뒷산의 여름
동네 뒷산의 봄
동네 뒷산 마로니에 나무의 지난해 가을
지난해 겨울 온가족 개운산 산책
단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서 태양과 연결된 지구의 변화를 알게 된다. 그 나무 한그루에 지구의 힘이 그토록 강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작은 동네 뒷산이지만, 지구가 태양의 어디쯤을 돌고 있는지 차분하게 알려주는 나무와 숲.
그들을 통해 아니 그 안에서, 아니 더 나아가 숲의 힘을 빌려서, 나는 휴식도 하고, 운동을 하고, 사색을 하고, 자연과 교감을 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차분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