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다음 생의 전생이라면 당신과 나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칵테일 바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세 사람.
한 남자가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오프닝은 이 영화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입니다.
12세 때 서로를 좋아했던 해성과 나영은 부모님의 이민 결정으로 갑자기 헤어졌고, 12년 후에 뉴욕과 서울이라는 각자의 자리에서 온라인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몇 번의 간단한 클릭이 전부인 온라인 이별로 이어지고, 다시 12년이 흐른 후에 결국 두 사람은 뉴욕에서 마주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결혼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영 부부와 해성의 짧은 만남이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
그때 나는 너를 좋아했어. 아주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
너와 이별했다는 느낌보다 너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기분이었어.
그 공허함은 어른이 되고 난 후에도 나를 외롭게 만들었어. 우리는 어떻게든 만나서 사랑하고, 같이 잠도 자고, 싸우고, 더럽고 지루하게 헤어졌어야 했어.
너와 내가 순식간에 맞이한 상실감은 우리를 그 시절에 붙들어 놓았고, 네 앞의 나, 내 앞의 너는 그 순간에 박제되어 버렸지.
결국 내 마음에는 네가 나도 모르게 머물다 가는 공간이 생겼어. 결혼을 하고, 남편과 행복한 일상이지만, 나는 꿈속에서 찾아오는 너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지.
어느 날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당신 마음속에 내가 모르는 장소가 있다는 거잖아"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어.
넌 서울로 떠나고, 나와 남편은 뉴욕에 남겠지.
이 순간에 헤어지더라도, 그 시절의 우리는 영원히 이별하지 못할 거야.
네가 말했지.
"만약 지금이 다음 생의 전생이라면, 이렇게 헤어지는 우리는 다음 생에도 영원히 이어지지 못하는 걸까"
이 말을 하는 너에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어.
네가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
나는 바보처럼 큰 소리로 울었어.
나는 영원히 너와 이어지지도 못하고, 헤어지지도 못할 거야.
너와 나는 아름다운 과거를 찢고 나와서, 서로의 현실로 찾아갔어야 했는데..
네 말대로 나는 지금 내 옆에 현실로 존재하는 남편과 수만 번의 인연을 쌓으며, 그다음 생애도 이 사람의 아내로 태어나겠지. 그리고 또다시 우리는 꿈속에서 서로를 찾아다니며 슬퍼할 거야. 남편이 찾아올 수 없는 나만의 장소에서 너와 나를 기다리며..."
-나영의 슬픔을 상상하는 글로, 맘디터의 <패스트 라이브즈> 관람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