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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Jun 03. 2020

[일본] 폭설이 내리던 날, 아오모리

2020 일본 아오모리, 호시노 리조트

일본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이 가벼운 여행이 2020년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일본 사는 멋쟁이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 운이 좋아 폭설을 맞았다. 지금 와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폭설이 내리는 순간에는 불운이라고만 생각했다. 모든 비행기가 결항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었고, 친구가 하네다 공항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항공편에 기차 편을 알아보았다. 하네다는 그저 쨍쨍했는데, 그 동네는 지금 폭설로 난리라 각종 교통이 마비되는 중인 듯했다.

결국 옆 도시의 공항에 내려서 신칸센을 타고, 신칸센 역에 마중 나온 동네 주민의 차로 위험한 눈길을 달려서야 겨우 첫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역민들이 도움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나 혼자 여행이었으면 도저히 도착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특별할 것 없이 조용한 동네. 사실 평생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전적으로 친구의 안내만 믿고 졸졸 따라간 아오모리 그리고 호시노 리조트. 눈으로 덮여서 모든 곳이 아름다웠다.

대형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가 있고, 호수 위에 뜬 노천 온천이 있는 곳. 당연히 눈 덮인 숲 속의 노천온천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온천을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안타깝지만, 직접 찍은 온천 사진은 없어서 (당연) 온천사진은 퍼왔다. 저 곳이 모두 온통 새하얗게 눈으로 눈으로 덮여있었다. 하늘도 희고, 산도 희고, 환상적이었다. 

호시노 리조트 / 펌사진

눈이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에 어딘가를 꼭 들러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차를 타고 구경도 좀 다녔다. 가려던 미술관이 휴관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거의 도착해서야 들었지만, 어딘 가건 다 희고 아름다워서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미술관을 포기하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네부타 박물관이 화려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먹고 온천하고, 쉬고, 기차 타고, 걷고 하다가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폭설 당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 창밖에 보인 하얀 나라의 감동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낯선 지방에 가서 온통 하얀색만 보다오는 경험을 하다가 돌아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니까. 아주 옛날 같은데, 지난 1월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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