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8
때로 죽음에 대한 상념은 조용하던 생각들을 깨워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해 주었다.
죽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형체로써의 대상이 사라지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사라진 대상을 두고 그를 대하던 마음과 생각들은 죽지 않고 더 깊어질 때도 있기에, 내 안에서, 다른 이의 기억 안에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숨을 거두고 더 이상 내 곁에 없고, 대화도 교감도 단절된 상태라면?
누군가의 죽음이 처음 경험되었을 때,
사별.
부재는 존재한다는 느낌의 연속성을 깨뜨린다.
지금까지 영원할 거라고 여겼던 환경에 대한 믿음에도 균열이 생긴다.
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한 달이 채 안 될 쯤에 친할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한 해를 넘기던 날, 처음 경험한 느낌은 잊을 수 없이 생생하다. 공허하고,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단절된 기분. 남의 집 방 안에 침대보를 뒤적이는 소리와 밖에서 들려오는 새해를 축하하는 웃음소리가 섞여서 텅 빈방을 채우던 기억은 무척 외롭고 쓸쓸했던 날로 지금의 나에게는 아직 조각으로 남아있다. 경험했던 감정의 깊이를 가끔 따지고는 하는데 나는 이 만큼의 슬픔으로 떨어졌던 거다. 몇 달 후엔 외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 해는 나에게 검은 구름과 같은 시간이었다. 한인 뉴스를 통해 몇 명의 연예인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렸었다. 그 해는 누군가 죽는 소식이 유난히 많았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본래 상처를 입거나 다치기 쉽고, 반드시 죽는다. 죽음은 생의 마지막 과정이지만 끝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각자의 삶에 갑자기 별안간 일어날 수 도 있고,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렇듯 죽음은 태어난 이상 언젠가 예고되어 있지만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우리 인생에 필히 일어날 어떤 사건이라는 거.
죽음에 관한 생각, 어떤 한 인간이 죽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곱씹어 보니 그리 슬픈 것이 아닌 게 되었다. 오히려 어떤 것보다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상실의 고통은 마음이 찢어지고 죽을 만큼의 슬픔일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마음으로 그 사람이 떠 오를 때마다 끝없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 더욱 깊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이에게 그 끝이라는 게 삶의 어느 정도 언저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현재를 더욱 애틋하게, 서로를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생각하며 남은 소중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게 쏟아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