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3
어느 날 떠나온 길이 멀리 왔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모든 것은 아득하게 느껴졌다. 넓은 강 가장 끝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푸르스름해진 이끼처럼. 끈적하고 매끈하지만 흐물거리는. 지나온 것을 다시 돌아볼 때 한눈에 보이는 나의 과거, 아득한 나의 심정의 결과물이 뿌리내려 어느 지층에 닿을까 말까 한 상태로 일렁이고 있었다. 견고하던 나의 뼈대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흔들리던 마음과 함께 어딘가 잠시 기대어 쉴 만한 곳을 찾아 잠시 그 자리를 빌려 머물다가 떠나고 또 다른 쉼터를 찾아 떠나기를 반복한다.
견고하던 것은 그들이 견고하다고 생각되었을까. 안정감을 주던 이의 마음속의 일렁임이 조금 멀리 온 지금 어느 정도 짐작되는 것은 나의 파도 속에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모든 일렁이는 것들은 멀리서 보면 춤으로 보일 거야
나의 뒷걸음칠도 멀리서 보면 춤으로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