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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밀도 Apr 11. 2021

11. 증강 노인프로젝트

1호 증강 노인들

연말이 되어 동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물론 현애의 주선이었다. 모두 교육을 받았던 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등장했다. 다시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 버는 수입이 있고, 자신의 일이 있다는 사실에 한껏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자, 여러분!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송년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늘의 드레스 코드를 깜박하고 그냥 오신 분들은 회비를 2만 원씩 더 걷습니다."     


현애는 여전히 화려하고 쾌활했다. 그때 현애는 뉴욕행 비행기를 놓치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뉴욕보다 더욱 뉴욕스러운 동대문의 도매상을 뚫어서 대표이사에게 계획 대비 비용이 절감된 보고서와 함께 라인업을 들이밀었다. 뉴욕행 비행기를 놓친 실수가 잊혀질 만큼 대표이사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FW 시즌에 현애가 주도한 미사 어패럴의 신규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아직도 가끔식 술 때문에 실수는 하지만 동기들의 예상보다 현애는 잘 버티고 있었다.  

   

그때 뒤늦게 범수가 들어왔다. 현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여러분! 지금 우리 동기 중에 가장 잘 나가는 CEO 한범수 씨가 들어오고 계십니다. 벌금! 벌금! 벌금!" 

    

먼저 자리를 잡은 증강 노인 프로젝트 동기들은 한 마음이 되어서 외쳤다. 범수는 재킷에서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     


"오늘 1차는 제가 쏘겠습니다. 늦어져 미안합니다."   

  

범수는 환호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범수 씨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요. 회사를 창업하셨다니 대단해요. 저는 다시 일하는 것만도 버겁던데요."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지 싶더라고요. 다행히 기준이한테 한 수 배웠습니다."     


"어머, 기준이하고 연락이 됐나요? 잘됐어요. 정말로…. 미정이도 하늘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    

 

"네, 나중에 그 사람 볼 면목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한 시름 덜었네요. 재정 씨는 일 잘하고 계시죠?"  

   

"아직도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갑자기 옆에서 현애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범수 씨, 요즘 A기업 시리즈 광고 있죠? 그거 재정 씨 카피래요. 두 회사가 공동 작업하는데 다른 회사 카피라이터는 재정 씨 딸내미고. 그 엄마의 그 딸이라니까."     


A기업의 클라이언트는 6팀의 경쟁 PT에서 한 회사만을 고르지 않았다. 스케일이 워낙 크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야 했기에 두 회사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그 아이디어 기반으로 두 회사가 시나리오를 공동 작업해서 시리즈 광고를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과 지민은 일 할 때는 종종 텐션을 유지하고 부딪치지만 집에서는 되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1호 증강 노인 동기들이 안부를 묻고 웃고 떠드는 테이블 뒤로 호프집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뉴스) 정부는 곧 증강 노인 프로젝트 2차 지원자 모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지원한 ‘증강 노인 프로젝트’의 결과가 알려지면서 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여러 나라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에서 더욱 증강 노인 채용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나눠 먹기 한다고 비판이 많았지만, 증강노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증강 노인들의 30%는 창업을 했고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세대 간의 오해가 많이 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정부는 연금 고갈 문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증강 노인 프로젝트를 확대 시행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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