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곰국 한 그릇 먹고 난 뒤,

흐르는 건 땀일까? 눈물일까?

by So Harmony 소마필라
구정 연휴

2022년 새해가 다가왔다. 구정 연휴가 너무 기다려졌다. 오랜만에 대구 친정으로 향하는 날이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친정을 자주 방문하지 못했고, 한 두 번은 서울에서 부모님을 뵈었었다.

대구로 가는 KTX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동생과 나는 아침 7시에 모바일로 접속을 하고 떨리는 클릭질 후, 기차표를 득템 하였다. 창가석에 한 명씩 앉아서 총 8석을 차지한 우리는 편하게 대구에 도착하였다.

세상 참 좋아졌다.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대구라닛! 조만간 30분에 도착하는 더 빠른 교통편이 생기겠지?


우리를 기다리는 정갈한 음식들

명절 연휴에 엄마가 왜 고생해서 음식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알 듯 하지만, 만약 내가 엄마의 역할을 한다고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자식이 없어서 모른다 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나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서서 몇 번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몇 시간을 움직이며 장만하는 음식들..


갈비찜, 나물, 마른반찬, 곰국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의 향연이 줄을 이었다.

하루 한 끼, 20분 남짓 끝나는 그 시간을 위해 몇 시간을 고생하는 엄마의 손맛 가득한 음식들..


어느 날 너무 지친 감정 정신노동의 시간 후, 집에 도착하면, 누군가 맛있는 식사 한 상을 가득하게 차려줬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남편이 식사 준비를 제외하고 집안일은 잘하는데, 정작 음식 만들고 준비는 아직까지 신생아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물론 죽어라 하기 싫어하기도 하고.. 그냥 밥만 해놓고 그것만 대충 먹자 하는 스타일이며, 반찬 투정 한 번 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 요리까지 욕심 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충 한 찌개와 양가에서 얻은 반찬 또는 구매한 반찬을 대충 꺼내먹던 나에게 구정 연휴에 들린 친정에서 정갈한 한 상차림은 정말 풍족 그 자체였다.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반찬들로 어느 것부터 먹어야지? 하는 망설임에 결국 모든 반찬을 맛보지 못하고 가득 찬 배가 짜증이 날 정도였다.


2박 3일의 여정 동안 정말 먹고 쉬고 수다 떨고 자고 반복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여유로웠는지? 다시 서울 가야 하는 시간이 답답했다.


우리가 와있는 그 순간에도 더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 우리 친정엄마는 몇 시간을 계속 주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다를 떨고 있으면 밤을 삶아 까서 주시고, 조금 지나면 사과를 깎아 주시고, 쉬라는 우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노동을 계속하셨다. 그나마 식세기 (식기 세척기)가 있어서 설거지도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된 이번 명절 연휴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자식들은 그런 엄마에게 쉬라고 하면서 옆에서 거들지도 않았다.. 참 나쁜 우리였다. 그냥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네 엄마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많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더 희생하고 배려하고 그리고 더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


친정엄마의 곰국

서울로 갈 시간이 다가왔다.

엄마는 우리를 더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어젯밤에 새롭게 갈비찜을 하셨고, 분명 밤잠도 설치셨을 듯하다.

아침에 10개의 반찬과 갈비찜, 곰국으로 한 상 떡하니 차려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다 많이 먹지 않고 온 반찬들이 생각난다. 보리굴비, 시금치나물, 오이지, 굴전, 마른반찬..


기차 출발 1시간 전 ,

아빠는 우리를 데려다주겠다며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향하셨고, 엄마는 우리가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있는 반찬을 다 꺼내서 꼼꼼하게 싸주셨다. 꽝꽝 얼린 곰국과 따로 얼린 고기들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니 언제 또 이렇게 얼려놨어? "

"서울 도착하면 집에 가서~ 이거 해동한 후, 먹을 만큼만 냄비에 넣고 고기 넣어서 끓여 먹어!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을 거야!! "


작은 캐리어가 터질 정도로 엄마 아빠가 챙겨준 반찬과 음식, 간식들을 차곡차곡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른 후 아침에 배 터지게 먹었는데, 어김없이 늦은 점심이 되니 배가 고파졌다.

엄마가 주신 반찬을 꺼내면서, 꽝꽝 얼린 곰국을 냄비에 올려 팔팔 끓여서 상을 차렸다.

간단한 반찬 두 개 김치 한 종류, 그리고 뜨거운 곰국..

그릇째 들어서 한 모금 들이킨다.

아!!!!!!!!!!!!!!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가는데, 살짝 올라가는 열기와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눈물일까? 땀일까? 괜스레 마음이 짠하게 아파왔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노력이 느껴져서 더 슬프면서 풍요했던 늦은 점심이었다.

나 과연 엄마처럼 배려하고 희생하며 그렇게 부모님한테 잘하는 딸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만큼은 못해도, 그래도 후회하지 않게 잘 하자. 생각하고 다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