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50주년 &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하여 음료를 주문하니 리유저블 컵에 담아주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아침에 카페인 수혈이 시급하여 들렀더니 세상 예쁜 리유저블 컵에 담아주는 것이 아닌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친환경 메시지까지 담아냈으니 의미도 있고.
기분이 좋아 뚜껑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도 안 하고 차 안에서 들었다가 가장 괴로워하는 일인 '차 안에서 커피 쏟기'를 하고 말았다. 내 차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걸 소탐대실이라고 하는가.
게다가 새로 꺼내 입은 정장에 커피가 촉촉하게 스며든 것은 덤.
너무 갑작스레 괴로운 일들이 몰아치니 그저 헛웃음이 나와 그냥 웃어버렸다. 학교에 와서도 계속 웃고 있으니 아이들이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묻는다.
이야기를 시전 한다.
얘들아, 새옹지마라고 들어봤니?
"아니요"
옛날에 변방에 한 할아버지가 있었어.
"변방이 뭐예요?"
이런, 시작부터 쉽지 않다.
변방이란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아니 가장자리의 땅을 말해. (질문을 사전에 방어하는 스킬이 늘어간다.) 우리 교실에서 중심이 아니라 창가 쪽이나 문 쪽을 상상하면 되겠지?
"그럼 우리 지금 변두리에 있는 거예요?" (적절한 무시도 필요한 법이다.)
그 할아버지에게는 말이 한 마리 있었어. 멋있는 말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사람들이 부러워했겠니.
그런데 그 노인의 말이 국경을 넘어 도망가 버린 거야.
"어떡해.." (왜 울상이 되는 거니 너희.. 진심이겠지..?못된 어른같으니라구.)
너무 슬펐겠지. 그래서 이웃사람들이 다가와서 위로의 말을 건넸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허허 웃고 있을 뿐이었어. 몇 달 후 도망친 말이 암말과 함께 돌아왔어. 이제 할아버지는 말이 두 필이나 된 거네?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다가와서 축하의 말을 건넸지.
"필이 뭐예요?"
말을 세는 단위야.
마을 사람들이 다가와서 축하의 말을 건네도 할아버지는 지긋이 웃고 있을 뿐이었어.
얼마 뒤,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마해서, 아니 말에서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거야.
"헐"
그런데 그때 전쟁이 발생했는데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다쳤기 때문에 전쟁이 나가지 않아도 되었어.
"와 다행이다!"
그래, 여기에서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겨났어. 새옹지마는 늙은 할아버지의 말이라는 뜻인데 보통 인생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야. 인생은 노인의 말(馬)처럼 좋았던 일이 안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다시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살다 보면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 좋았을 때는 좀 더 조심할 수 있는 거고, 안 좋았을 때는 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만 10분이 걸린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은 딱딱한 개념을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마음껏 상상력의 세계 속에서 뛰어놀게 할 때 '재미'를 느끼며 가장 빛난다.
"그런데 선생님, 이거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귀엽긴.
선생님이 오늘 아침 졸음을 깨려 스타벅스에 갔는데 정신없이 나가서 텀블러를 못 챙겨 온 거야. 선생님이 플라스틱 쓰고 있으면 매일 눈치 주는 하엘이 생각이 나니 선생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겠니. 그런데 때마침 오늘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리유저블 컵으로 음료를 담아 주는 거지? 선생님이 얼마나 기뻤겠어. 너무 신난 마음에 들떠서 뚜껑이 잘 닫혀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려 컵을 집은 거야. 그랬더니 어떻게 됐을까? 차 안에서 다 쏟아버렸지 뭐야. 이럴 때 쓰는 말이 새옹지마야. 오늘 선생님 곁에 오지 않도록 해. 선생님한테 우유 비린내와 커피 냄새가 진동을 하거든.
킥킥거리며 개구지게 반달눈이 되는 아이들. 역시나 귀여운 게 최고다.
아이들이 조금은 삶을 관조하듯 바라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시험 백 점 맞는 것에 일희하지도, 친구와 관계가 안 좋아진 것에 일비하지도 말고 세상을 좀 더 의연하게, 씩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선생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