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얽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희 Oct 08. 2021

실패에 대한 내성 길러주기

<크래프톤 웨이> by 이기문

나는 왜 때문에 경제/경영서를 읽고 있는지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마음 속에 어떤 열망이 있으니 이런 책을 찾아다니는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추구하다 보면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히는 하지만 가끔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초점을 맞추어도 모자랄 판에 부유하고 있는 모습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이랄까. "돈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느낀다"는 기술에서 나는 어떨 때 존재감을 느끼는지,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 책이었다.


이 책은 창업에서 배틀그라운드 출시까지 10년간 크래프톤이 어떻게 실패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는지 보여주는 크래프톤의 자서전이다. 자서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미화되어 기술되었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창업에서부터 마주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실패들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 신선한 책이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서처럼 몰입감있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드라마틱함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하드씽>의 악전고투가 더 생각나는 책이랄까. 책에서 언급했듯 크래프톤 역사를 담은 이 책은 결국엔 사람의 이야기다. 비전을 세우고, 도전을 하고,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를 하고, 소통을 하고, 최초의 길을 걸어내는, 6명의 창업자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전 세계 10억 명의 유저들에게 사랑받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미화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가감없이 기록되어 있다. 모든 과정이 결국 사람의 한계에 갇힐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책이었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최초의 길을 걸어내는 것에 대해서는, '예측보다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계획보다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뻔한 말을 실현시켜야 하는 그 부담과 책임이 감히 상상이 안되는 책이기도 했다.


각 챕터 사이사이에 <장병규의 메세지>라는 제목으로 비전, 의사결정, 투자, 소통, 시장, 도전, 인재, 조직, 최초에 대한 경영철학이 녹아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현 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메세지는 인재에 대한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지식 산업에서의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자발적 동기와 의지이고, 늘 배우며 소통하려는 자세가 인재의 덕목이라고 제시한다.


늘 내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놓으려고 하는 편이라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노동자가 아닌 인재로, 대체 불가한 '지식 근로자'로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는 <평균의 종말>을 읽으며 느꼈던 불편함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졌는데, 그 새로운 인재상에 끼워맞출 재능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재정의함으로써 이제는 자신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노동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이 잘하는 일을 잘 찾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고용주 눈에 잘 들어 기업에 충성하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대체 둘은 뭐가 다른지. '노동자'와 '인재'가 생산수단의 유무로 나뉜다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생산수단을 쥐어주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하게 취한 점은 '실패에 대한 내성'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식 산업에서는 실패가 흔하고, 시행착오는 더 빈번하다. 이러한 영역은 쉽게 관리되는 영역이 아니기에 성공을 추구하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역량이야 말로 지금 내가 현 시점에서 가르칠 수 있는 확실한 것이지 않을까.



#1 비전에 대하여

- 비전을 창조하는 것보다 비전을 변경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 변하지 않는 것은 고객 우선 가치다.

-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보다 시장과 고객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2 의사결정에 대하여

- 경영자의 주요 역할과 책임은 의사결정 그 자체다. 의사결정은 고유한 권한으로 입체적 관점에서 소신과 직관을 동반한 주체적 판단이며, 경영자는 자신의 판단을 말로써 설명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3 투자에 대하여

- 투자는 '믿음을 사는 행위'이다.

- 투자는 믿음과 신뢰에 관한 행위이며, 함께 협업하는 사회에서의 평판과 이력을 쌓아하는 행위다. 투명한 대화, 일관된 행동, 믿음과 신뢰, 상호 존중 등이 계약서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소통에 대하여

- 인간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이기적인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특히 이기심을 자기합리화한 구성원들과의 대화는 감정적으로도 지친다.

-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살마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5 시장에 대하여

- 시장은 고객을 두고 회사들이 경쟁하는 곳이다. 회사는 경쟁보다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전체 사회에도 이롭다.

- 사업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핵심 요소는 딱 하나, 고객이다. 집착에 가깝도록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6 도전에 대하여

- 도전은 비전을 가진 리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일 수 있다. 돈과 명예 때문일 수도, 두근대는 심장 때문일 수도, 존재 가치의 증명 때문일 수도 있다.

- 작심삼일, 작심삼개월 정도야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작심삼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 원론적으로 조직에서의 도전은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도전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자금을 누구의 책임하에 어느 시점에 집행할 것이냐다.

-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루어져야 한다.

- 도전을 시작한 누구라도, 여전히 가치 있는 도전인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지 등을 주기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성취보다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삶은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7 인재에 대하여

- 인재의 업무는 시행착오와 도전의 연속이다. 인재를 둘러싼 환경도, 인재가 사용하는 기술도 시간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꾸준한 성과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 지식 산업의 인재에게 자발적 동기와 의지는 특히나 중요하다. 어려운 도전일수록, 애매한 업무일수록 그렇다.


#8 조직에 대하여

- 이상적 조직은 없기에, 조직과 내가 다르게 생ㄱ가하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한다. 조직도 나도 변하고 성장하기에, 지금 나에게 적합한 조직이 미래에는 아닐 수도 있다.

- 의견 충돌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논쟁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점을, 공공의 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다양한 주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 조직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9 최초에 대하여

- 최초라는 것은 관습, 기존 질서, 기존 조직과의 투쟁이다. 최초이기 때문에 수많은 대중의 기존 믿음과 싸워야 한다.

-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의심의 반복이다.

- 최초일 경우, 예츠보다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계획보다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재와 부재의 보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