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의 합보다 큰, 발전적인 전체를 위하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by 마이클 샌델
독서하는 습관을 돈으로 거래하는 유료 독서 플랫폼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에 관한 독후감을 쓰는 현실이 모순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차치하고, 이번 책은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내 선택과 행동을 잠식해 버린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이클 샌델 책답게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화살처럼 제시되어 아무 비판 없이 넘겼던 정책들(탄소 배출권을 사고팔면 효율적인 거 아니야?)과 일상의 결정들(건강관련 앱에서 목표 인증하면 돈을 준다는데, 가입해볼까?)이 오버랩되며 그동안 얼마나 생각 없는 무지랭이처럼 살았는지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센티브 챕터를 읽으면서 교사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에 반대를 하던 선생님들이 떠올랐고, 이 정도 노동에 이 월급이 말이 되냐며 분개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을뿐더러 야구를 좋아하는 탓에 영화 <머니볼>을 보며 빈 단장의 정량화된 접근법에 감명받아 골리앗이 다윗을 이기는 통계적 전략에 열변을 토하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동시에, 곧 다가올 어버이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효도했다고 자부할 뻔 한 모습까지. 이쯤 되면 나라는 인간 자체가 모순덩어리구나 싶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무지랭이의 반성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재화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 다시 말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지에 대한 샌델의 평가기준은 '공정성'과 '부패 가능성'의 여부다. '공정성'을 기준으로 시장을 반박하는 입장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출발선이 불평등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부패 가능성'을 기준으로 반박하는 입장은 시장이 재화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훼손하거나 변질시킬 수 있는 도덕적 규범을 거론한다.
샌델은 좀 더 적극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본다. 즉, 시장을 특정 가치를 구현하기도, 비시장 규범을 밀어내기도 하는 장(場)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내재적인 동기유발이나 도덕적 헌신이 중요한 영역에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입장에 기반한 시장 중심 사고는 되려 동력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왜 초등교육에 '경제'라는 과목이 전면적으로 배치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기둥을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서였다. 어렴풋하게 답을 내려 보자면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 선(善)과 미덕을 내재화하며 도덕적 판단력을 길러나가는 시기에 경제 논리가 개입하게 된다면 사고의 흐름 자체에 영향을 주게 되어 삶의 많은 영역이 상품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삶에 대한 가치 기준을 먼저 세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갈 삶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시장경제'가 '시장사회'로 넘어가는 기로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교육이겠구나 싶다.
마이클 샌델의 책이 좋은 이유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는 것 같다.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이루어지는 정반합의 역동적 과정은 사회가 합의하는 기준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의식은 사회 전체 인식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기에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올라간다면, 개개인의 인식 수준도 올라갈 것이고, 그런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부분의 합을 능가하는 전체가 되어 발전적인 방향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