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그리고 다시금 알게 되는…

[나의 엄마,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

by 내맘에후욱



체험 삶의 현장인 육아의 세계에 살다 보면 현재뿐 아니라

과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보는 시간 여행을 경험한다.


놀이동산에 가서 솜사탕이나 슬러쉬를 먹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며,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며 착한 아이로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콩자반, 멸치 볶음, 나물 무침처럼 건강한 반찬 보다 소시지 볶음에 엄지 척을 하는 아이에게서도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보이고,

유치원 졸업식이나 초등학교 입학식 때 설렘 반 기쁨 반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난, 그 시절 나를 찾곤 한다.


'아, 나도 그랬는데.' 하면서.



그리고 그 안에서 또 가끔

그 시절 속 나의 엄마를 떠올려본다.


비로소 이해하게 되고, 다시금 알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온다.


'아, 그때 우리 엄마는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말이다.



어릴 적 마냥 신났던 가족 여행은 부모 입장에서 정~말 세세하게 챙길 게 많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고,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 같이 신나게 물놀이라도 하고 오는 여행이면 할 일이 늘어 피곤해도 쉬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며 '하아.. 우리 엄마는 이걸 어떻게 혼자 다 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기도 한다.


나의 아버지는 사회에 충실한 직장인이었지만, 가정에서는 밥 묵자, 잘 잤나, 왔나, 정도의 말을 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는지라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참으로 버거웠으리라. 집안과 밖의 일을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였던 강철 엄마의 몸과 마음이 하루 종일 얼마나 바빴을까?!


저녁을 먹고 난 후 티브이 앞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을 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엄마를 보며 별생각 없던 그때의 나,


식탁에 밥이 다 차려진 다음 '와서 밥 먹어라~'라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 앉아 먹은 다음, 몸만 그대로 일어나던 그때의 나,


홀로 부엌에 남아 온갖 뒷정리를 하고 주방 마감을 하던 그때의 우리 엄마,

몸이 아파도 열이 나도 주방에 설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우리 엄마,



이제야 깨닫는다.


지난 시절, 해맑게 웃으며 반짝이던 나의 삶은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음을.

육아를 하며 지난날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제야 느낀다.



엄마가 되어보니 비로소 이해되는 우리 엄마.

엄마가 되어보니 지금 내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오래도록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훗날 추억으로 남겨질 지금을 좀 더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시절의 나와 나의 엄마를 떠올리며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하루하루 소중히 생각하며 걸어가고 싶다.




이렇게 다시금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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