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평생 피곤함)
누군가 “수면제 말고 다른 방법 없을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농담처럼 이렇게 답할지도 모르겠다.
“육아 한번 해보실래요?”
물론, 웃으며 넘길 이야기다. 하지만 그 농담 속에는 분명 진심이 조금 섞여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어떤 약보다도 강력하게 꿈나라로 데려다주는 방법이니까.
소싯적의 나는 밤과 꽤나 친한 사람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밤이 되면 더 또렷해지는 정신과 싸우느라 애를 먹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되감기 되듯 떠올랐고, 이런저런 잡생각에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그렇게 겨우 잠이 들면, 알람은 또 왜 그렇게 빨리 울리는지.
그땐 몰랐다.
잠이 안 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직 덜 피곤했던 거라는 사실을.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나는 아주 많이 다른 방식으로 잠을 맞이해 왔다.
예전 같으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괜히 뭔가를 더 하려고 했을 시간에 이제는 그냥 눕는다. 아니, 눕는 순간 이미 절반은 잠든 상태다. 베개에 머리를 대는 그 짧은 찰나, 의식이 스르르 꺼진다.
누가 옆에서 “레드썬!”이라고 외친 것처럼, 아무 저항도 없이 깊은 잠으로 빨려 들어간다.
수면제가 필요 없다. 육아라는 하루치 노동과 긴장이 이미 가장 강력한 ‘자연 유래 수면 유도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이 방법에는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복용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유 모를 피곤함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인 일이다. 집안일과 병행하며 하루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고, 하루 종일 아이를 쫓아다니고, 안아주고, 달래고, 먹이고, 씻기다 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방전 상태에 이른다. 여기에 정신적인 긴장감까지 더해진다. 아이가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잘 먹고 잘 자고 있는지 끊임없이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잠들지 못해 괴로워하던 지난밤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생각이고 뭐고 없다. 그냥 전원이 꺼진다.
육아는 나를 새로운 인간으로 진화시켰다.
이제 나는 ‘어디서든 잘 수 있는 사람’이다.
소파, 바닥, 아이 옆, 심지어 동요가 흘러나오는 와중에도 깊은 잠에 빠진다.
예전엔 조용해야만 잠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의 “엄마!” 한마디에도 깨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에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진지하게 희로애락 체험 육아 현장에 초대하고 싶다. 이곳에서 며칠만 지내다 보면 불면증이 사라질 것이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