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가정식당

[요.알.못.이었던 내가 하우스 셰프가 되기까지]

by 내맘에후욱


신혼 때 먹을 만한(?) 요리를 하나 만드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

온갖 장비는 장비대로 다 꺼내놓고 말이다.


결혼하기 몇 달, 아니 몇 주 전에 급하게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항상 들었던 말은 "이건 이렇게 적당히 넣으면 돼."


적당히...?

음.. 적당히라는 말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 것인가?!


"엄마, 난 정확한 계량을 원하는데... 간장 1큰술, 참기름 반 큰 술, 뭐 그런 것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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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결혼 전 잠깐 어깨너머 참가했던 엄마의 쿠킹 클래스는 그렇게 별 소득 없이 막을 내렸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주방에 섰다.


아직도 흠칫 놀랄 기억은 호기롭게 시작했던 무 생채랄까. 본의 아니게 김칫소가 돼 버렸던...


sticker sticker




그랬던 내가 아이 이유식을 만들어야 했다.


아아, 물론 그동안 나름대로 내공이 쌓여 자다가도 벌떡 깰 법한 요리는 이제 안 나오는 상태였지만 이유식은 또 다른 세계가 아닌가.


너무 묽지도 너무 되지도 않은, 숟가락에서 적당히 뚝뚝 떨어질 법한 상태의 미음을 시작으로 야채를 하나씩 추가해 가며 알레르기 반응을 살피고 고기도 하루에 얼마 정도 먹어야 하는 미션이 있는 그런 음식은 난생처음이란 말이다!!!


엄마가 되고 맨날 처음 겪는 일 투성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믹서기를 꺼내고 이유식 가정 공장장이 되는 수밖에.


그렇게 실험대상(?)이었던 나의 첫째 아가는 다행히도 이것저것 잘 먹어주었고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처음 한 숟갈 떠먹일 때가 그렇게 긴장되었는데.


지금은 재료만 있으면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건 거진 바로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치를 갖게 되었다. 물론 맛은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지만.


특별한 자격증 없이 오롯이 인터넷 레시피에 의존하여 성장한 하우스 셰프로 오늘도 나는 주방 앞에 선다.


’오늘은 또 무엇을 해 먹을까?'가 항상 난제이지만, 나름 영양소를 생각해서 아이들이 잘 먹을 법한 요리를 해 내놓아야 하는 미션을 품은 채 오늘도 그렇게 난 엄마가 되어간다. 연중무휴 운영 중인 가정식당 셰프로서.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 고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식가, 바꿔 말하면 편식쟁이인 둘째 아이 덕에 가끔 주방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비교적 무난한 입맛을 가져 아무거나 잘 먹는 첫째에 비해 둘째양반은 절대미각을 가진 채 여전히 나를 시험에 빠뜨린다.


이유식 메뉴의 첫 숟갈을 맛보게 했을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늘 함께한다. 허허허.


물론 매번 아이들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키는 요리를 내놓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한 가지 요리로 모두 다 잘 먹으면 좋으니까.


부디 오늘 저녁도 맛있게 먹길.


그리고 아그들아, 엄마 좀 도와줘라!


엄마는 정식 고용된 셰프가 아니다. 미리미리 먹고 싶은 걸 말하고, 아무 말이 없으면 내가 정성껏 차린 요리를 투정 없이 먹어주어라. 가끔 신메뉴도 개발해주잖아 ㅋㅋㅋ



자, 그래서 내일은 뭐 먹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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