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너와 함께]

by 내맘에후욱



영-차! 처음 뒤집기를 하던 그때,

날 보며 처음 빙긋이 미소 짓던 그때,

뒤뚱뒤뚱 홀로 첫 발을 내딛던 그때,

“엄마”하고 정확하게 내뱉던 너의 첫마디,

세상에 태어난 후 맞이한 첫 생일에서 잡은 물건 등등



아이가 내게 선물해 준 ‘처음’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하나의 능력치를 갖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성장해 왔고, 그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도전하고 넘어지며 일어서는 법을 터득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난 아이를 향해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뒤집기 하던 시절을 회상해 보면 한 다리를 들어 올려 반대 방향으로 넘겨보는 것을 시작으로 몸통을 반쯤 돌리고 팔을 빼서 몸이 뒤집어지는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던가!


걸음마도 다를 바 없었다.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일어섰는지… 무한 반복하며 계속 노력하는 아이를 보며 참으로 대견하단 생각을 했다.


그때의 나도 그 어떤 평가나 비교 없이 오로지 아이의 속도에 집중하고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하고 작은 성취라도 함께 기뻐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난 아이의 지금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시간에 먼저 가 있으려 하는 듯이 마음이 급하다.


벅찬 순간들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두 살, 서너 살, … 지금껏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분명 아이는 수없이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겨놓았을 텐데,


처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예전처럼 기다려지고 설레기보다 긴장되고 낯설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영아기 시절과 같은 마음으로 지금도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바라보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괜찮을 거야.’ 하며 토닥여주어야 하는 순간에도 혹여나 ‘괜찮을 거지?’라고 푸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문득문득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좀 더 나은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노파심 때문일까, 나의 ‘엄마나이’가 아직 성숙지 못해서일까…


언제인가부터 인정받고자 애쓰는 아이를 보며 격려와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고 싶었던 나의 바람이 틀어진 것 같아 한없이 미안해진다.



있는 그대로 충분히 사랑스럽고 멋진 아이고, 늘 나에게 처음을 선물해 주는 둘도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가끔 혼자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나도 모르게 무성의한 반응이 나오거나 다소 차가운 말이 툭 하고 뱉어지는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럽다.


아이가 지금껏 스스로 가꿔온 아름다운 길 위에 좀 더 따스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며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너와 계속 함께이고 싶다.



잘 자렴, 우리 큰 아들.

매거진의 이전글연중무휴 가정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