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가영
밖은 낮이나 밤이나 빛이 났어요. 저는 방에 앉아 있어요. 당신들의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며 밝은 빛을 가끔 느낀답니다. 그 도시의 이면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안녕하세요. 주가영입니다.
배우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저희 모먼츠필름은 일시정지시네마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오늘은 특별히 춘천 일시정지시네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올해 영화 <내 차례>를 상영했던 곳에서 인터뷰를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내 차례>(2017, 김나경)와 <푸르른 날에>(2018, 한은지)에서는 자주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은 어떠신가요?
저는 제 자신을 내향적이면서도 외향적인 것 같고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좋아해서 주로 정적인 것보다는 활동적인 것들을 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새벽에 침대에 누워 영화 보는 일이라든지 해진 저녁에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것들도 좋아해서 때로는 나는 도대체 어떤 성격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답니다.(하하)
굉장히 쾌활할 것도 같아요.
겉으로는 굉장히 밝고 그렇지만, 사실 저는 때때로 우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남에게 피해 줄 바에는 내가 손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착한 건 아니고요. 생각보다 남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녁 산책을..?
^^;;그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계기는 예전에는 뭔가 가수나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크면서 그런 생각은 없어졌어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연극이라는 것도 있는 줄 몰랐을 때, 친구의 아는 언니가 연극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어요. 암전 된 상태에서 야광 스티커들이 붙어있었어요. 배우들이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배우들을 위해 바닥에 붙여 놓은 야광 스티커요. 그 야광 스티커가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밝게 빛나 보였어요. 그래서 제 마음이 꿈틀거렸던 것 같아요. 뭐랄까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어요. 시간이 지나서, 고등학교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단체관람을 하는데 굉장히 심장이 뛰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뭐 사달라거나 해달라고 하는 일이 별로 없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 부모님께 뮤지컬을 하고 싶다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학원을 알아봐 주셨죠.
뮤지컬과는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작업들이 있어요. 저는 사실 무용을 하는 것보다는 춤도 힙합도 좋아하기도 했고, 무용은 잘 맞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하자해서, 연기에 더 집중을 하게 됐죠.
사실 연기를 하면서도 제 엄청 소심한 성격 때문에, 낯가리는 일들 있어요.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그 시기에는 더 심했었죠. 남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연기를 하라고 하는데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했던 게, 내가 하고 싶어서 왔는데 내가 못하면 어떻게 해?라고 자문하게 됐어요. 제가 마치 바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마음을 먹고 ‘해야지!’ 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밝게 잘 웃는 모습과는 다르게 낯도 많이 가렸었군요. 그런 모습이 배우 생활을 하는 데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렸을때 정말 말수가 적었어요. 여전히 말수가 적고 낯을 가리지만, 오히려 이런 성격 때문에 주변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낯가림을 줄이기 위해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한다든지, 인식하지 않는데도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인물을 분석하고, 상황을 분석해야 할 때는 이런 낯가리는 저의 성격이 오히려 연기를 하는 면에 있어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어요.
여러 가지 성격이 있는 데, 그런 부분들을 연기니까 꺼낼 수 있는 계기가 생기고 저의 여러 모습을 체험하는 거예요. 영화를 만나면 그 내용에 대해서 공부하고, 분야를 알아가고, 사회적인 문제들도 접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요. 단계별로 배워나가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작고 소심하고 조용했던 성격들이 영화를 통해서 계속 바뀌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대하는 자세인 것도 같아요. 영화를 처음 들어갈 때 연기 연습이나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그 시나리오의 그림을 계속 그려요.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시나리오 첫인상이 어떻게 컷이 나올 것 같고 어떤 분위기와 느낌일지가 물론 다 맞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그림 그리듯 구축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평범해서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밖으로 제가 예쁘게 나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내용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집중할 수가 있어요.
연기할 때 참고하는 배우나, 좋아하는 배우가 있을까요?
계속 바뀌고 잡아놓으려고 하지 않는데, 배우들 마다 좋은 점과 배울 점이 항상 다르잖아요. 지금 생각나는 <러스트 앤 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여러 가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들이 진짜 같다고 해야 하나 내면에서 끌어올려서 나오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다른 인물과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것, 그런 모습을 다양하게 닮고 싶어요. <라 비 앙 로즈>에서도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되지 않았어요.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처럼 계속 보게 되는 영화가 있으실까요?
저는 김태용 감독님의 <만추>를 좋아해요. 영화 <만추> 특유의 색감과 안개가 끼어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너무 좋아요. 개인적으로 김태용 감독님의 팬인데,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제가 좋아하는 배우 탕웨이님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정말 이상했어요.(웃음웃음)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해야 하나요. <만추>를 참고하면서 임한 작품이 있으실까요?
<만추>를 참고하면서 임한 작품은 없었어요. 굳이 꼽으라면 만추에서 탕웨이 배우가 입었던 의상을 참고한 영화는 있었어요. 우연히 접했던 영화나 실제 경험은 얼마든지 작품에 임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아요. 비슷한 감정이나 의상, 소품 등을 메모해두었다가 그때그때 참고해요.
출연하신 작품 중에 기억에 남았던 작품을 말씀해주세요.
영화 촬영을 많이 해보지 않은 초반에 <폴링>(2014, 이나경)이란 영화를 준비해 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감독님 집에서 술 먹으면서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했었어요. 영화 속에서 ‘커피를 못 마셔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당시 제가 진짜 커피를 못 마셨거든요. 근데 그 대사가 영화 속에 진짜 들어간 거예요. '나도 영화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영화 코멘터리에는 <내 차례>를 선택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준 작품이었고 기회라는 것이, 관객분들도 많이 뵀고, 영화제에서 30번 정도 상영됐었어요. 덕분에 해외에도 가보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해줘서 저에게는 의미가 크죠. 사회적으로도 메시지가 있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보고 사회적인 반향도 이루어 낼 수 있었으면 하고 상상해 봐요.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여서 좋다고 생각해요.
시대의식이나 위기감에 대한 영화가 많은 것 같은데, 안 해본 역할 중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저는 액션 영화를 찍어 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 이소룡 영화를 보면 통쾌하고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합을 맞춰서 액션을 하는 것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작품에서 메시지를 주는 작품에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독립영화, 우리에게 단편영화로 불리는 영화들 속에서 살고 계실 텐데,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영화의 매력이 뭘까요.
우선 독립영화는 영화를 꿈꾸는 분들이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메시지들이 강한 것들도 많고 그런 영화들이 주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배우로서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자신이 주연이 돼서 자신을 알릴 수 있고 자유롭게 연기..? 하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똘똘 뭉친다고 해야 하나, 한 다리 건너면 다 같이 알고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그 같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할 수만 있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맞아요. 나만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 같이 친한 배우더라고요^^;;
영화 촬영하면서 기억나는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
영화 촬영장은 매번 신기하게 생각지도 못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영화 <그물>(2018, 전해근)은 깊은 숲 속에서 찍었어요. 하루 종일 숲 속에서 찍었어야 해서, 화장실을 가려면 산을 타고 내려와야 해요. 날씨는 계속 더웠고, 물은 계속 마시게 됐어요. 모두들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는데 화장실에 가려면 산속에서 내려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 때문에 촬영이 딜레이 되니까 다들 참고 눈치를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총대를 메고 말씀드린 후 다 같이 화장실에 갔었던 일이 기억이 나요. 그때 감독님은 아마 지사제약를 드시고 임한 거로 알고 있어요.... 하하 (대단한 열정이세요) 그리고 산속이다가 보니, 벌레들이 물면, 부어올라서 잠깐잠깐 보면 얼굴이 부어올랐더라고요.^^; 그리고 근래에 찍었던, <L플러스>(2018, 구정회)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그전에 해왔던 캐릭터와 좀 달랐어요.
그전에는 정말 힘들고 사연 있고 끙끙 앓고 무거울 수도 있는 역할이 많았었는데 그런 것들을 하다가 좀 다른 밝은 느낌, 완전 저일 수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밝게 엉뚱한 느낌도 있고 새로운 캐릭터라서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한동안은 지금까지 했던, 어두운 역할을 하기 싫었어요.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그 여운이 남아서 제 자신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배우님 보면서 ‘도시적이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도시적 이미지라는 말 자체가 상반되는 이미지잖아요.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주는 불빛 뒤의 느낌도 함께 가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른 독립영화도 많이 접하게 될 텐데 기억에 남는 단편영화 있을까요?
근래에는 <자유연기>(2017, 김도영)가 좋았어요. 같이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이 가고 함께 울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양조아 배우님이 나오신 <이 별에 필요한>(2013, 김용완)이라는 단편 있어요. 그 영화 정말 재밌어요. 배우분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음악과 춤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차기작 계획
차기작은 오디션도 보고 미팅도 하고 있는데요. 10월과 12월에 촬영이 들어가는 게 있어요. 그중 12월에 촬영하는 캐릭터는 임신한 역할이에요. 임신한 역할들을 많이 하게 돼요. <홍수>, <내 차례>도 그렇고^^;
연기라는 것, 뭐 계속하면서 살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간들이 많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인 것 같았는데, 연기를 대할 때는 그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해요. 막연하게 제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행복해서, 마음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소 협조 일시정지시네마
배우 주가영 필모그래피
<푸르른 날에> 2018
<그물> 2018
<내 차례> 2017
<홍수> 2017
<공채사원> 2017
<놀던날> 2016
<울이에게> 2016
<폴링> 2014
<어항>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