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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츠필름 Oct 18. 2018

당신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 내 차례잖아.

영화 <내 차례>(2017)

내 차례 (My turn, 2017)

감독 : 김나경     

출연 : 주가영(현정 역), 김해나(미경 역), 정희정(수간호사 역), 서석규(남편 역)

러닝타임 : 15분


-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관객상

- 제21회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 에어캐나다 단편영화상

- 제11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관객상 작품상
- 제17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상

- 제1회 충청남도 인권영화제, 대상

- 제1회 신필름예술영화제, 최우수작품상

- 제6회 경찰인권영화제, 최우수상

- 제2회 울산경찰인권 공모전, 최우수상

- 제20회 쇼트쇼츠 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경쟁부문

- 제8회 고양스마트영화제, 경쟁부문

- 제12회 전북여성인권영화제, 초청

외 다수 국내외 영화제 초청 및 상영    


<시놉시스>

간호사 현정은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 임신을 해버렸다. 

배우 주가영이 들려주는 영화 <내 차례>(2017)

촬영을 하는 첫날은 죽은 참새를 보고 어떤 날은 고양이 사체를 보기도 하고 촬영 날마다 동물 사체들을 봤어요. 징크스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영화 현장을 임하게 되는 어떤 분위기 같은 것을 형성해 주었어요.


저희가 얼마나 즐겁게 임했든, 아니면 어렵게 임했든 간에 결국 저희는 ‘내 차례’ 앞에 서 있게 됐어요. 


러닝 타임이 길지 않지만 짧은 시간에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다른 전작들도 보면 굉장히 심플하고 함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제를 두고, 다른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는 하지 않죠.


감독님은 현정의 이미지에 대해 <내일을 위한 시간>에 마리옹 꼬띠아르를 말씀하셨었어요. 그래서 현정(주가영)은 옷색도 단색으로 했어요. 주인공의 어려운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시각이 분산되길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 전체적으로 무겁고, 의미하는 바가 있는 영화니까요.      

영화 <내 차례>는 ‘임신순번제’에 대한 이야기예요. 병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실제로 있는 사회 문제임에도 우리는 알 길이 없죠. 사실 저도 영화에 임하기 전에는 병원 내에서 임신순번제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일차적으로 들었을 때는 ‘임신순번제’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했죠. 우리가 늘상 접하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고, 인격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잖아요.


여기 산부인과 간호사 역할로 나오시는 ‘한혜지’ 배우분이 예전에 정말 간호사였어요. 그래서 배움이 많이 됐어요. 본인 촬영이 없는 날에도 병원 세트장에 오셔서 미술 세팅을 손봐주시기도 하고, 간호사 연기 쪽으로도 그렇고 영화 안에서 실제 병원 현장처럼 보이게 도움을 주셨어요. 병원 안에서 간호사의 삶이라는 건 제가 이렇게 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체험하기 어렵잖아요. 주로 우리는 환자로 병원에 가죠. 그런데 간호사 역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실제 간호사의 일에 대한 것을 조금 알고 났더니, 만만치가 않았어요.'정말 전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차례잖아.


현정이 원래 임신 차례인 미경보다 먼저 임신을 해요. 그래서 현정(주가영)이 ‘저 임신했어요.’라고 미경(김해나)에게 말해요.  

계산된 장면이에요. 저는 건물 벽 앞 막힌 공간에, 해나 배우는 도로 위 열린 공간에 서 있어요. 선택이 이제는 해나 배우에게 있는 거죠. 임신을 고백하는 현정의 심리적 상황과 선배 미경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 같아요.


병원이요. 세트장이에요. 하나하나 다 오리고 붙이고 만든^^;

그리고 산부인과는 사실 치과였는데, 감독님이 CG로 치과 이름을 지우시기도 했어요.(CG가 들어간 영화랍니다.^^;)

현정이 밤에 자전거를 타고 병원까지 달리는 장면이 있어요. 거의 죽어라 죽어라 라고 생각하면서 탔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그 자전거 장면을 촬영했을 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께 보낸 프로필 특기에 자전거 타기라고 썼었는데 감독님이 이 장면을 염두에 두셨던 것 같아요.


애 떨어지라고요. 저 수술 못 해요. 이러다가 피 나오면 유산된 게 아니라 생리가 터졌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장면이 오디션을 본 장면이었어요.      

내가 애를 죽인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여기에 딜레마가 있어요. 생명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와 더불어 간호사라는 직업으로서의 딜레마도 함께 오죠. 간호사는 생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럼에도 임신순번제라는 제도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죽여야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과 직업의 가치들에 혼돈이 온 거예요.      


포지션 체인지라는 것이 자세를 계속 바꿔주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더라고요. 못 움직이시니까 욕창이 생길 수도 있고 해서 포지션 체인지라는 것을 한다고 해요. 임신한 여자의 몸으로 하기에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일이었어요.      

대사 중에 자전거 바퀴 이야기가 있어요. 원래는 다른 대사였었는데 후시녹음 단계에서 대사가 수정됐어요. 감독님께서는 그 대사가 주제를 알릴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셔서 추가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결말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어요. 다른 엔딩 버전이 하나 더 있어요. 예전 버전인데 그 버전에선 현정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뛰쳐나가 펑펑 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결국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고 선택의 기로에 내몰린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로 미경을 바라보면서 영화가 끝이 나요. 그 버전으로 상영도 했었는데, 나중에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기론 주제적으로도 그렇고 영화 안에서 어떻게든 답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최종적으로는 지금 엔딩으로 결정했다고 하셨어요.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제가 부족한 부분들이 가장 먼저 보였어요. 시간이 흘러 다시 영화를 보다 보니 미경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미경의 마음도 너무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저의 마음의 흐름대로 갔지만, 볼 때마다 울컥울컥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고 결정이 안 서요. 정말 힘든 결정이에요. 저였으면 어땠을까요.      


영화가 관객들을 여러 곳에서 만나고 난 후의 반응들이 많이 기억이 나요. 관객분들 중에 친구가 간호사인데 그런 일이 있다고 공감하면서 이런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히신 분도 생각나고, 현정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라고 말씀하시는 관객분들도 계셨어요. 그리고 병원 내에서 차례로 임신을 하는 관습이 정말로 있는 일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정말 많았어요. 저는 한분 한분 다 너무 고마운 마음이에요. 제가 또다시 이런 역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때는 마음적으로도 병원의 구조적으로도 지금과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현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살며시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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