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의 가치
이혼하고 나서 무작정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죽 나열해보고 어떤 것들을 골라서 어떤 미래를 만드는 게 나나 아이를 위해 최선일까 생각해보았었다. 그리고 힘든 길이겠지만 아이를 위해 최선의 길을 골랐고 1년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더니, 여러 상황이 겹치니 정말 마음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폭풍우가 몰아쳤다.
1년 전쯤 최종 발표를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내가 지나온 그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고 1년간 공부하면서 난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 1년간..
공부하다가 하늘 보며 남몰래 운 것도 난생처음이었다.
다른 이유도 많지만 너무 외워지질 않고 하루 지나면 또 가물가물해서..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너무 두렵고 외로웠다.
내가 일 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누구 말처럼 도피하려 공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했다..
몸이 안 좋아지고 스테로이드 먹어서 온몸이 부어도... 공부한다고 몇 시간 앉아있으니 퉁퉁부어가는 몸을 보고 또, 살쪄가는 나의 모습이 무섭긴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으니 그냥 하던 대로 해야 했던 시간들..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식을 보며 뭔가를 버텨본 것도 처음이었다.
나한테 올해 말고 내년은 이렇게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알람 울리기 전 새벽 5시에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은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아이에게서 뺏어간 무엇 대신..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 그리고 아이에게 나중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살아가면서 걱정해야 하는 대상이지 않기를 바랐다.
2차 준비하면서도 내 삶을 돌아봤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에, 자기 성장 소개서를 내가 이 나이에 써야 하냐고 투덜대긴 했지만.. 그중 나의 학창 시절 나를 어렵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쓰다가 내가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하다가 또 눈물이 났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실수하기 두려워하는 아이 었던 것 같다. 실수를 하면 남들이 비웃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은 항상 조심스러웠고 남들 앞에서 내 생각을 쉽게 말하기 싫었고, 체육시간 같이 뭔가 크게 행동으로 해야 하는 수업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를 기다려주거나 괜찮다고 해주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참 유감이고,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차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래, 내가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해왔는데 그게 어디 갔겠어.. 다 도움이 됐겠지.. 잘했겠지.’
싶다가도
‘아니지.. 내가 그때 이런저런 실수 한 것 같은데.. 말도 빠르지.. 긴장하면 썩소 지었을지도 몰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이랬다 저랬다.. 온갖 생각이 들고..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영화.. 다운사이징..
보고 난 생각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너무 많아서 다 담으려다가 제대로 안 담아지고 산만한 느낌이었다. 관람 후 나오면서 바로 생각하길, 이건 아마 책으로 보면 훨씬 재미있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나의 마음에 가까이 닿은 대사는..
맷 데이먼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고 결정하며 사람들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이렇게 되기 위해서 내가 이혼을 했던 거야. 그리고 다운사이징을 한 거고, 또 당신 아랫집으로 이사 온 거지. 그렇게 해서 @@을 만난 거고, 내가 돕다가 의족이 부러져....(중략) 이런 일들이 결국엔 다 내가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고.
내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런 모든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던 거지??
Why did I downsize? So that I could be here right now. I finally have a chance to do something that matters.
그리고 몇 분 후에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 맷 데이먼이 말하기를...
이혼한 나도 나야.. 다운사이징한 나도 나고..
이 대사를 듣자마자 난 생각했다. 이영화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바로 이거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용이 많아서 찾으려면 이외에도 찾을 수 있는 의미나 가치는 많겠지만.. 이 영화를 본 그 당시의 나에게 던지는 이영화의 메시지는 이 부분이었다.
노력하지 않는 나도 나고, 노력한 나도 나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해도.. 합격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 또한 나이지.
내가 합격한다고 해도 나의 가치나 의미는 그대로야... 있는 그대로의 나.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나 말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 그래도 괜찮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어..
내가 몸이 아팠고 정말 열심히 했고 괴로웠고
눈물을 흘렸고 등등 그랬기 때문에 그것들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결국 나는 합격해야만 하는 것이던지 또, 합격해야만 나의 가치가 설명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가치는.. 그냥 내가 나이기 때문이지 나의 이런저런 조건 또는 상태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활 속에 나는 어떤 조건 때문에 상황 때문에 어떤 사람 앞에서 라는 어떤 변수 때문에 수없이 흔들리고 작아진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지. 내가 아무것도 안 하더라고 열심히 하더라도 그 안에는 ‘내’가 있다는 걸.
꼭 뭔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