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요즘 새벽에 집 근처 공원 달리기를 하고 있다.
운동은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아 달리면서도 수많은 나와의 씨름과(걸을까.. 아 잠깐만..; 아냐 뛰자..) 온갖 생각을 하다 보면 30분이 금방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 시간에 나 혼자 뛰고 있으면 편하고 좋다. 그리고 잘했든 못했든 내가 새벽에 뭔가를, 그것도 하기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운동을 했다는 것이 뿌듯한 마음이 들게 한다.
걷거나 달리면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오늘은 몇 달 전 아들이랑 단둘이 떠났던 여행에서 갔던 등산이 떠올랐다.
해외여행까지 와서 산을 올라야 한다니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 생각에 예약을 미리 해두고 새벽 5:30에 등산을 했었다.
산자체는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산중턱에 바위동굴을 통과해야 하는데 출구 부분으로 향할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태의 긴 터널이었다. 산을 날아다니는 아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먼저 가라고 해서 혼자 가고 있는데 사람들 흐름이 생기면서 점점 더 숨이 찼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내 페이스를 잃고 맞추다 보니 숨이 더 차고 심리적 압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양방향으로 걸어 다니기 좁은 터널이었어서 멈출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갑자기 공포감까지 들었다. 터널이 꽉 차버린 느낌.. 그리고 앞뒤로 터널이 너무 길아서 나가려면 한참 걸릴 것만 같은 막막함.
맞아.. 십여 년 전 피렌체 두오모의 소라형 계단에서도 그랬다. 혼자 숨이 차도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될까 봐 못 쉴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멈추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으로 더 지쳐버렸던.
어릴 때는 더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좀 보다가 시간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시도해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체육은 그래서 힘들었다. 바로 뛰어들어서 동작을 해내야 했으니까. 언젠가 부모교육 토론시간에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
괜찮다고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40이 가까운 나이에까지 이것저것 공부하느라 시험을 봤었는데 30대 후반쯤에 들어서야 나는 내 시험에서 중요한 요소를 알아냈다. 쉬는 시간에 나가있기.
앉아있어 봐야 다른 수험자들이 답안 맞추는 이야기, 예상문제 서로 내주기 등 자꾸만 귀가 기울어져 불안도만 높아지고 그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진다.
그래서 내가 새벽에 혼자 뛰는 걸 선호하나??
혹여나 어설픈 동작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리고 남들 페이스에 말려 혼자 조급해질까 봐.
뭔가 중요한 발견을 하나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