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하면 외할머니가 주시곤 했던..
직장 앞 공원에 모과나무가 많다.
심은지 얼마 아닌데도 제법 나무아래에 많이 떨어져 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 올려 코에 대고 희미한(덜 익었다) 향을 맡았다.
어릴 적에 부엌에서 할머니주도로 누군가가 모과에 설탕을 부어 모과청을 담그던 장면이 기억난다. 식탁에 팔을 대고 옆으로 누워 도마 위에서 썰리는 모과와 병에 담기는 설탕 모과 패턴을 보고 있느라 누가 만드는 지는 기억에 없다.
내가 30대었을때까지도 환절기에 외조부모님 댁에 가면 할머니가 항상 모과차를 내어 주셨던 게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이상한 맛이라고 투덜거리며 정말 억지로 먹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은 추억의 맛과 향으로 남았다. 그리워서 모과차를 사서 먹어보지만 그 맛은 나지 않는다. 직접 담가봐야 하나.
할머니를 떠올리면 모과, 자몽, 연어, 목련이 떠오른다.
요즘 새로운 축으로 변경되려는지 평소와 다르게 내면의 불안정함을 느낀다. 왜 그런지 생각해 봤는데 직업스트레스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것들이 원인인 것 같다.
몇 년 전에 동료들에게 그러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중심점을 바깥에 두라고 조언까지 했던 나인데, 이게 뭐람.
마음을 다잡아보려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걸으러 나갔다. 밤길이라 안경을 쓰고 나왔는데 그냥 머리 위로 올려 쓰고 걸었다. 난시여서 쓰는 거라 벗어도 흐릿해질 뿐 잘 보인다.
만사 흐릿하게 보이니 편하고 새롭다.
내가 호기심은 많아가지고 너무 자세히 보려 했지.
당분간은 흐리게 보자 흐리게..
그래도 본질은 보여.
그리고 나를 믿어야 해.
나에게 소중한 추억들을 껴안고
타협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내 모습대로 괜찮으니까.
이규보의 경설이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