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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중년의 흔들림

나만 이런 거야, 진짜?

by 하루

오랜만에 블루투스 타자기의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책상에 아로마오일 워머를 켰다.

방은 내 마음처럼 복잡하지만 그냥 이렇게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혼자 멋진 척 타건감 좋은 키보드 소리를 들으면서 무작정 글을 쓴다.


요즘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 중이다. 요즘 사방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느라 어디에 뭘 썼는지도 모르겠다.


40은 불혹이고 50은 지천명이라더니 왜 이렇게 문득 흔들릴까.

어릴 때 부모님은 그냥 어른 같고 모든 답을 알고 약하거나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지 못했다.

아들에게 나도 그런 존재일까. 내 속마음은 이렇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흔들리는데.


어째서 다 같이 나이를 먹는데 누구는 계산을 잘하고 누구는 거짓말을 하면서 이익을 챙기고, 누군가는 마음을 조금만 내어주면서 전부를 준 것처럼 할까. 나는 그동안 왜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 내가 잘못된 건가? 나도 사회생활 계속하고 책도 읽고 누군가를 만나고 해 왔는데 왜 나는 머물러 있는 것 같지? 아닌가? 왜 다른 중년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껴지는지. 아니면 다들 나랑 비슷한데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뿐일까?

내 매력 중 하나가(이 정도 나이가 되면 자기 매력이 무엇이라는 것은 안다.) 순수함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좋게 말하면 나이 먹고 맑은 거지만, 마치 나 혼자 뒤처져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


인간과의 전반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 중인데 혼란스럽다.


1.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기

아마 그 사람들도 중년의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서 그 사람이 말을 그대로 믿을 거라 기대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편이지.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상처를 받고 바보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반 정도는 흘려듣자.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진지하지도 않고 각자 사느라 바쁘다.


2. 애쓰지 말기.

요즘 현타가 오는 건, 내가 너무 애를 쓴다는 것과 그에 대비해 돌아오는 것은 작다는 것이다.

열심히 했으면 후회가 없다는 말로는 내 수고가 넘친다. 직장에서건 어떤 모임이든 관계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힘들 때까지 버티지 말자. 나중에 너무 억울함이 쌓인다.


3. 비우기

집안의 물건도 안 쓰는 것은 버려야 하고, 감정도 비워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것들로 채울 수 있을 텐데 버린다고 버려봐도 아직 한가득이다 물건도 감정도.

과거는 그만 흘려보내자. 과거를 붙잡다가 현재를 놓치면 안 되니까.


4. 내 감정 믿기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현할 때 항상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잘 모르는 어떤 사정이 있는 거 아냐? 내가 지금 내 감정에 치우쳐서 오버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내가 어차피 내 기준으로 상상해서 생각하는 것인데 그게 객관적일 수도 없거니와 그냥 내가 기분 나빴으면 그 감정이 옳다.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이.


5. 기분 나빴으면 표현하기

요즘 시작한 건데, 기분이 나쁘면 조금 돌려서라도 아니면 웃으면서라도 표현해보고 있다.

상대방도 조금 불편하라고, 그리고 조심하라고 표현하는 건데 괜찮은 것 같다. 애초에 모두에게 좋은 사람 될 생각은 없고 상대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 조심한 건데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다.


나이에 맞게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면에서는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느껴진다.

왜 그렇게 애를 쓰고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끼고 그럴까. 그냥 조금만 거둬들이자.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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