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에게 레모네이드를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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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언제였던지..
중학생이었는지 고등학생이었는지 모르겠다. 영어 지문 속에 나와서 알게 되었는지.. 아니면 영어 속담이나 인용구 등을 공부하다가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 맘에 드는 quotes 중 하나이다.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내가 기억하는 해설은 이렇다. 레몬은 단 과일이 아니라서, 여기서의 레몬은 별로 사용가치가 높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그래서 삶이 당신에게 무용한 무언가를.. 당신 앞에 내려놓는다면, ‘아, 나 레몬 받았어. 이걸 어디다 쓰라고.’라고 하지 말고 그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내라는... 영감과 용기를 주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생레몬을 좋아한다. 카페에서 찬물에 레몬을 넣어놓은 레몬 물도 좋아하고, 음식점에서 데코용으로 주거나 뿌려먹으라는 레몬도 그냥 입에 넣어서 먹어버릴 때도 있다. 눈은 자동으로 감기지만 그 짜릿하게 신맛이 좋다.. 그래서 나는 이 문구를 들었을 때 그렇게 와 닿지는 않는다. 레몬이 얼마나 맛있는데.. ㅎ
하지만 레몬을 삶이 내게 준다면, 나는 레모네이드도 만들어먹을 거고 그 껍질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껍질을 체에 갈거나 통째로, 레몬 타르트나 레몬 파운드 케이크에 넣어 먹을 것이다. 달콤한 빵과 그 쌉쌀하고 신맛의 조화는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레몬의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남은 씨앗은 다시 화분에 심어서 삶이 내게 준 레몬의 마지막 하나까지 허투루 버리는 것 없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싶다.
대학 졸업반 때, 나는 god의 ‘길’이라는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 들었는지 모른다. 사실 나는, 내가 그때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그게 내 평생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길을 갈 것이냐, 대학 교정을 거닐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때는 반복해서 여러 번 생각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이 안 날 수도 있다는 것도 몰랐고, 또 그때 선택한 길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사실, 길이 없는 것 같아도 그냥 걸어가면 그것이 내 길이 되는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대학생 때, 힘들일이 있으면 혼자 탄천변을 걷곤 했는데, 그곳에 작은 돌들을 박아 만들어둔 길이 있길래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중간에 그 길이 갑자기 끊어져있었다. 그 끊어진 길 앞에 서서 생각했다.
‘아..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와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네~ 사실 이 돌길은 끝났지만, 그 앞엔 땅이 연결되어 있잖아. 걸어갈 수 없는 건 아닌데 왜 나는 길이 끝났다고 생각했을까.. 흙을 조금만 밟고 걸어가면 다른 포장도로와 연결될 텐데.’라고 말이다.
이 생각을 하고 사실은 혼자 짜증을 내긴 했었다. ‘아니, 현실이랑 이거랑 같아? 이제 이런 것들에 의미 부여하는 것 그만하자. 거 참 피곤하게 산다, 나도. 쯧쯧’라고 생각하고 그냥 생각을 강제 종료시켜버렸다.
그런데 그 이후로 약 20년이 흘러오는 동안 그 돌 길, 그리고 내가 그 길 앞에서 떠올렸던 그 생각들이 가끔 떠오른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삶이 내가 걸어가는 길 앞에 큰 돌덩어리로 막아도, 나무가 쓰러져 있어도, 내게 던져준 그 ‘레몬’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하여 다시 걸어갈 수 있을지, 심지어 길이 끊어지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기분이 들 때에도 그 길이 끝났을 뿐이지 걸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국 나는 석사과정을 선택했다. 그 전공으로 몇 년 동안 커리어를 쌓다가 나는 바위 앞에서 고민 끝에 방향을 바꾸어 전공을 바꿨고,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혼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바위를 기어올라가는 중이다.
살아오면서, 내가 걷던 길을 가로막은 엄청난 바위라고 해야 할지, 못 먹을 만큼 쓰고 시었던 레몬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쓰러질 만큼 삶이 강력하게 날린 ‘싸다구’라고도 할 수 있을 몇몇 어려움을 맞닥뜨려왔다. 그래도 난 일어나 그 바위를 넘기도 했고 때로는 그 바위를 피해 가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적도 있다. 물론 가끔은 그냥 넘어진 김에 엎어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축 쳐져 가라앉을 때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기운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삶의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그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이런 신념을 품고 있다. 삶에게서 레몬을 받으면 씨앗까지 활용해서 모조리 써버릴 것이고, 내 앞의 길이 없어진 것 같아도 그것만이 길이 아닐 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