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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프 Feb 07. 2024

독박말고 독점육아 중입니다.


© mxcaptures, 출처 Unsplash



“아니!!!!! 엄마랑!!”


출근과 등원 준비로 정신없는 아침. 지친 몸으로 퇴근 후 집에서 갖는 놀이 시간. 아이가 주구장창 외쳐대는 저 한마디. 엄마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니 가슴 벅차고 괴롭다. 행복하고 눈물이 난다. 고맙고 고되다. 아빠랑 공평히 사랑해 주면 안 되겠니?


아빠가 잘 안 놀아 주는 집도 있다지만 우리 집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아빠와 함께하는데 왜 항상 내가 원픽인 것일까.



엄마랑 자고 싶은 것도 이해하겠고, 엄마랑 책 보고 싶은 것도 이해하겠다. 하지만 히어로 놀이만큼은 아빠랑 하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엄마는 악당도 이제 그만하고 싶고, 피유피유 소리 내며 손으로 미사일 발사도 적성에 맞지 않는단 말이다.







© libs, 출처 Unsplash








두 달 후면 육아생활 만 5년을 꽉 채운다. 그간 아이가 엄마만을 찾는 문제로 신랑과 다툼도 많았다. 나의 저질 체력은 금세 고갈되었고 체력이 바닥나면 예민해졌다. 신랑이 더 재밌게 놀아줄 순 없는 걸까. 더 아이에게 맞춰줄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울컥울컥 들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던 신랑은 억울해했다. 육아휴직 동안 엄마와 아이가 더 많이 보냈으니 아이가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원래 아이들은 엄마를 더 좋아한다. 이것이 신랑의 항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곱지 않은 눈으로 이야기하니 억울할 만도 하지 싶다.








© jmuniz, 출처 Unsplash








그런데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마음을 새로이 먹는 계기가 있었다.



한때는 독박 육아가 힘들다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가장 예쁜 때를 혼자 ‘독점’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독박’을 ‘독점’으로 바꿔 생각하니 아이와의 이 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 공부머리가 자라는 하루 2시간 엄마표 학습법




밤마다 아이는 나를 죽부인처럼 껴안고 잠을 청한다. 아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아이와 한 몸인 양 안고 있자면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아이가 나에게 왔지 싶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지 싶은 순간이다. (원래 아이들은 잘 때 가장 예쁜 법 ㅎㅎ)



아.. 나는 독박이 아닌 독점 육아 중이구나. 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머릿속으로 독박이 아닌 독점 육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아이와 단둘이 하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좀 더 일찍 이 문장을 만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만난 게 어딘가.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독점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오늘도 아이를 홀로 보느라 힘겨운 부모님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 독점육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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