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서 그래요...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 월요일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날 말이다. 직장인들에게 말이 아닌 방귀소리 같겠지만 사실이다. 주말을 싫어하냐? 그건 절대 아니다. 주말은 주말 대로 기다려진다. 하지만 월요일도 행복하다.
언제부터 월요일을 즐기게 된 것일까. 아마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한 뒤부터인 것 같다. 도대체 왜 출근하는 날들을 즐기게 된 것일까. 내게 어떻게 이런 대단한 능력이 생긴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회사일이 강강강강강 몰아쳐 오는 시즌도 있지만, 강강중강약으로 오는 시즌도 있기 마련이다. (강강강강강 시즌만 있으신 분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업무 강도가 중약으로 오는 시즌엔 한숨 돌릴 여유가 있다. 급한 업무가 휘몰아치고 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믹스커피 한잔 타다 놓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그 시간 말이다.
그러나 주말은 다르다. “엄마 일어나 아침이야”로 시작하여 한 시간 가량 잠자리 독서로 마무리한다. 그 사이 쉴 틈이란 없다. 그래도 2년 전에 한 시간씩 낮잠을 자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젓한 형아의 모습을 갖춰가더니 낮잠 따윈 아기들 따위나 하는 행동인 양 냅다 낮잠거부를 행사중이다.
그리하여 신랑의 데리고 나가주는 특별한 서비스를 베풀어 주지 않는 한 쉬는 시간 없는 12시간 이상의 업무를 강행해야 한다. 밥 차리기 3회, 책 읽어주기, 이순신 놀이에서 일본군 역할 소화하기 (요즘 이순신에 꽂히심), 블록으로 아쿠아리움 만들기, 보드게임하기, 빨래 몰아하기 등이 내 주말 주요 업무가 되겠다.
정말 희한하게도 출근하는 날에 뭐라도 더 하게 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은 느낌이랄까. 점심시간에 전자책 한 권 더 읽게 되고 출퇴근 시간에 영어 팟캐스트라도 더 듣는다. 늘어져 있는 주말에는 요상하게 뭐하나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출퇴근을 기본으로 하는 루틴이 있는 평일은 블록 사이를 뭔가 생산적으로 메꾸고자 분주히 움직이게 된다. 바쁜 틈에도 뭐라도 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이런 작은 성취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종종 하지만.. 사실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휴가를 써본들 평일보다 더 해내게 되는 것도 없더라.
미혼 시절 회사가 힘들다는 나의 투정에 워킹맘이시던 모 차장님이 말씀하셨다. “회사가 힘들어? 아이를 낳아봐..” 엄마 경력 만 5년을 채워가니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인정하게 됐다.
월요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주말에 출근하는 것이라는 똥 같은 소리가 있지 않던가. 월요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워킹맘이 돼보는 것은 어떠한지.. 이런 똥방귀 같은 소릴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