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냐고 아이가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백 그릇을 먹으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었다. 3초 정도 고민하다 글쎄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센스 있게 답해주고 싶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떡국을 여러 그릇 먹고 얼른 크고 싶은 이 귀여운 마음은 과연 몇 살까지 지속될까?
귀성길 차 안에서 챙겨온 책을 펼쳤다. 평소보다 배로 걸리는 친정 가는 길이었지만 임경선 작가님 책과 함께라면 지루할 리 없으리란 생각에 골라온 책이었다. (운전해주는 남편님 감사요!!)
책의 초입에 그녀는 그간 나이 듦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 어쩌면 진짜 이유는 이것 하나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것은 사실 하.나.도.없.기.때.문.이.다. 굳이 암울한 이야기를 내가 나서서 쓸 필요가 있나? 나는 기분을 처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by 임경선
그녀의 솔직함에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그렇지만 나이들어서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니 100% 수긍하긴 어려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을 일이 없긴 하지만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다를 일이니 모든 이가 나와 같을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부럽게도 어릴 적부터 삶의 중심이 본인 안에 단단히 박혀있는 사람들도 있다. 또, 나처럼 나이듦에 따라 중심이 외부에서 본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중심이 내가 아닌 사회와 타인에게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다.
나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삶의 기준이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전보다 행복해진다. 내게 진짜 중요한 것들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가려낼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젠가 들었던 가계부 수업에서 강사는 말했다. “모든 소비를 통제하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됩니다.” 그녀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부분에서는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싶은 걸 다 사라는 소리가 아니고.. 제에에일 나를 행복하게 할 물건만을 계.획.적.으로 소비하라는 얘기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건 어느 분야든 적용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모든 음식을 통제하면 입이 터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양을 조절해서 섭취해 본다든지, 조금 더 건강하게 조리하여 먹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참다참다 식욕이 폭발하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그 말. ‘너 자신을 알라’는 건 정말 인생의 진리였다. 왜 그간 깨닫지 못했을까.
이제는 더 이상 트렌드만을 좇지 않는다. 물건을 들일 때는 나와 결이 맞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내게 어울리는 색상과 패턴, 소재들인지를 따져보며 나다운 물건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남은 연휴 기간 책의 나머지를 마저 읽을 생각에 행복하다. 올해는 그간 미처 몰랐던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