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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퍼스트 May 10. 2021

엄마가 되면 '나'는 사라진다?

육아(兒) 말고 육아(我) 휴직 #1

어릴 적부터 아기를 좋아했다. 아기를 좋아하는 나를 보곤 어른들은 '빨리 시집가야겠네' 하셨다. 그러나 그런 어른들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늦진 않지만 이르지도 않은 (그때는 늦은듯싶었지만, 지금은 적당해 보이는) 서른셋에 결혼을 했다.



아이를 좋아했지만 빨리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엄마가 되겠지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친구들이 먼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돼가는 모습을 보니 '엄마'라는 것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넘어서 회사 후배들 중에서도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녀들이 회사에선 후배일지언정 인생은 선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후배 A와 점심을 먹던 날이다. 점심 메뉴를 고르다 말고 그녀는 '이거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건데!' 외쳤다. 그리곤 겸연쩍게 말을 이었다.



"언니. 엄마가 되니까 이제 내가 좋아하는 건 생각이 잘 안 나.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살아가게 되더라."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했던 나는 이 무슨 방귀 같은 말인가 속으로 곱씹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한방을 더 날렸다.



"엄마가 되면 나를 내려놔야 해. 나를 붙잡으려고 들면 우울증이 올 것만 같아. 우울해지더라."



도통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와 닿지도 않았을뿐더러 이해해 보려 할수록 이게 내 미래란 말인가 싶어 내가 다 우울해졌다.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낮에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랬더니 엄마는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 답하셨다.


"엄마는 다 그런 거야. 그렇게 사는 거야."



순간 일전에 들었던 B 차장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회사 일이 힘들어 하소연을 했던 터였다.


"회사일이 힘들면 아이를 낳아봐. 그럼 회사일은 쉽게 느껴져..."



C 과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아가 강하면 엄마가 되면 힘들더라. 엄마가 되면 내가 없어진다고 보면 돼.."




엄마가 되면,

- 나를 내려놔야 한다.

- 회사일이 쉽게 느껴질 만큼 엄마 노릇은 힘들다.

- 내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엄마들은 원래 다 그런 거다.




나는 살아있는데 내가 없어진다니? 정말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다.


'조언'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1.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 또는 그 말.

2. 거친 말.

3. 근거 없는 사실을 꾸며서 하는 말.

4. 중얼거리거나 투덜거림.



선배 엄마들인 그녀들이 내게 해 준 이야기는 1번 의미를 빙자한 거칠고 근거 없는 사실을 꾸며서 하는 투덜거림이길 바랐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일주일 뒤면 엄마 인생 만 2년을 채운다.



엄마가 돼보니 알겠다. 그녀들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그러나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년간 너도 나도 많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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