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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퍼스트 May 11. 2021

육아휴직, 아이만 키우고 나올래?

육아(兒) 말고 육아(我) 휴직 #2


                                                                                                  

                                                                                                                                                                                                                                                                                                                                                                                                                      




임신을 확인한 후 난 예비맘이 됐다. 나의 몸 일부를 아가에게 내주고서야 회사 선배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출산에 이르렀는지 깨닫게 됐다. 역시 아픔과 고통은 직접 겪은 자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다.



침은 왜 이리 고이는지 일하다 말고 침을 뱉을 수가 없어 책상 위에 종이컵을 하나 올려놓고 일했던 기억. 하던 일 내려놓고 화장실로 뛰어가 헛구역질했던 나. 지독했던 소양증에 일하다 말고 울며 휴가 쓰고 들어갔던 날. 키보드와 배가 맞닿아 있던 게 영 불편했던지 발로 꿀렁꿀렁 밀어대는 태동에 손으로 배를 쓰담으며 일했던 시간. 허리가 아파 드러눕다시피 하고 모니터 보며 일했던 모습.



이 모든 것이 과거가 된 지금에는 그땐 그랬지 싶게 무덤덤히 이야기할 수 있지만, 힘들고 힘들었던 당시에는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이것이었다.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줄만 알아!"




힘들어 죽겠는데 위로라고 해주는 소리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실제로 나는 임신기간 > 육아 > 출산 순으로 힘들었고, 이건 정말 아이의 기질과 엄마의 체질에 따라 다 다르단 걸 모든 걸 겪은 후에 알게 됐다.





그렇게 무거워진 몸으로 10개월을 버텨 예비맘 딱지를 떼어내고 엄마가 됐다.  그리고 기다리던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의 육아휴직의 시간이 찾아왔다.






육아(兒) 말고 육아(我) 휴직을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해보자면, 휴직에 들어가면 이제 예비 워킹맘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워킹맘으로 살아갈 운명인 휴직자들은 황금 같은 휴직 기간을 아이만 돌보고 나와서는 안된다. 나 자신도 함께 키우고 나와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쉴 수 있는 줄 알아? 아이 보느라 시간 하나도 없어"




복직한 선배들에게 이런 소릴 줄곧 들어왔다. 하지만 내가 예비 워킹맘에서 워킹맘으로 승급을 하고 보니 그래도 휴직 기간이 가장 시간이 많을 때다.




워킹맘은 '회사, 육아, 집안일'의 쓰리잡러의 삶이다. 휴직 기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사용하는 법과 자기계발 근육을 다져놓지 못하면 복직 후 내 인생에서 '나'란 사람이 없는 삶을 살아가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되면 내가 없어지게 된다고 보면 된다던 선배들의 조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육아휴직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동네 뒷산 올라가는 연습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이 에베레스트 등반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휴직 기간에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도 짬짬이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연습, 나를 놓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을 육아(我)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휴직 기간이야말로 회사와 물리적 거리를 둔 채 지내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회사 사람들과만 이야기하고 회사가 전부인 양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회사와 멀어지는 휴직 기간 동안 더 넓은 세상을 발견하고 나의 경쟁력을 파악하는 육아(我)의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100세 시대라는데 회사가 평생 나를 먹여살려주지 않는다. 언젠가 퇴직의 순간이 온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엄마가 되기 전엔 기약 없고 막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니 이 작고 소중한 아이를 두고 회사가 나간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이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위기감이 몰려왔다.



기약 없고 막연했던 퇴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 때문에라도 생각보다 빨리 퇴사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정말 많은 선배들이 휴직 후 돌아오지 않거나, 복직한 후 얼마 못 버티고 퇴사의 길을 걷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휴직의 기간을 '퇴사'를 가정한 실험의 시간으로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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