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말의 형식 ― 논리가 폭력이 되는 지점

몸말철학 연재17

by 청와

제16장 말의 형식 ― 논리가 폭력이 되는 지점

1. 말은 세계를 전달하지 않는다


말은 세계를 전달하지 않는다.

말은 세계를 정렬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말을 멈출 것인가다.

말은 언제나

어떤 작동을 남기고,

어떤 작동을 잘라낸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의미가 아니라 형식이다.

그 형식이

논리다.


2. 판독에서 명제로 ― 전이의 절단


존재의 작동은

항상 미시·거시·침전의 위상에서

겹쳐 작동한다.

그러나 말은

이 겹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말해지기 위해서는

작동은

명제의 형태로 정렬되어야 한다.

명제는

판독의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판독 중 일부만을

고정한 흔적이다.

이때 고정되지 않은 전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잘려 나간다.


3. 논리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보통 우리는

논리를 사고의 규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몸말철학에서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논리는

말이 전이를

어디에서 중단시킬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장치다.

이 결정은

설명이 아니라 개입이다.

논리는

존재를 잘 이해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논리는

어떤 상태를

“여기까지”라고

판정하기 위해 작동한다.


4. 명명 ― 고정의 첫 번째 폭력


이것은 무엇이다,

라는 말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다.

명명은

작동을 하나의 항으로 고정한다.

그 순간

미시적 떨림은 사라지고,

침전의 탄성은 배경으로 밀려난다.

명명은

편의를 준다.

그러나 동시에

되돌림을 어렵게 만든다.

이것은 아직 변형 중이다,

라는 말보다

이것은 이것이다,

라는 말이 훨씬 강하다.

강하다는 것은

더 많은 전이를

차단한다는 뜻이다.


5. 설명 ― 종결의 합법화


설명은

폭력처럼 보이지 않는다.

설명은

이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설명은

항상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이것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되었다.

이 문장은

과거를 정렬하고,

현재를 안정시키며,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이때 설명은

전이를 멈춘다.

설명이 끝난 자리에는

더 이상 물을 이유가 남지 않는다.

설명은

종결을

합리화하는 가장 정교한 형식이다.


6. 판단 ― 전이를 허가하거나 금지하는 말


옳다 / 그르다

정상 / 비정상

성공 / 실패

이 판단들은

존재의 상태를 기술하지 않는다.

이 판단들은

전이를 허가하거나

차단한다.

판단은

전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이가 통과할 수 있는

문턱을 설정한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한 작동은

오류, 결함, 일탈로 남는다.


7. 폭력은 의도가 아니라 형식에서 발생한다


논리가 폭력이 되는 이유는

누군가가 악의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폭력은

형식에서 발생한다.

말이

종결을 필요로 하는 순간,

그 말은

존재의 작동 일부를

반드시 삭제한다.

이 삭제는

보통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삭제된 것은

이미 말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8. 언어는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언어는

사건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는 사건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사건은

존재의 작동이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될 때

내부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언어는

이 사건이

사건으로 통과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사건이

오류로 환원되거나,

일탈로 봉인되거나,

이미 설명된 것으로 처리될 때,

그 사건은

사건이 되지 못한다.

이때 언어는

존재의 작동에

비가역적 흔적을 남긴다.


9. 침전으로서의 말 — ΔS의 음양


​말은 TORS의 침전(S)에 ΔS라는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은 양가적이다.

종결의 언어는 전이를 멈추는 음적 흔적을 남겨 안정의 벽을 세우고,

전이의 언어는 전이를 예비하는 양적 흔적을 남겨 탄성의 활시위를 당긴다.

말의 권력은 단순히 억압하는 데 있지 않다.

다음 떨림(T')이 일어날 때, 그 존재가 벽에 부딪힐 것인가 활시위를 타고 날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침전의 질감을 바꾸는 데 있다.


10. 결론 ― 아직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다


이 장은

언어를 부정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를 분명히 한다.

기존 논리 형식으로 말하는 한,

언어는

존재의 작동을

반드시 종결로 몰아간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침묵도, 무정부도, 해체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종결을 전제하지 않는

다른 논리 형식이다.

이 형식은

전이를 허용하는 논리가 아니라,

전이가 끝났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논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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