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말철학 연재18
제17장 ⧖(면서) — 종결을 삭제하는 논리 형식
1. 문제는 모순이 아니라 종결이다
철학은 오래도록 모순을 제거하려 했다.
A이면서 B일 수 없다는 명제는
사유를 정합적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 규칙처럼 작동해왔다.
그러나 몸말철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문제는 종결이다.
존재의 작동은
A이면서 B인 상태로 이미 지속되고 있는데,
언어는 그것을
A인가 B인가로 판정하는 순간
작동을 끝난 것으로 고정해버린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폭력이 발생한다.
폭력은 잘못 말했기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폭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작동에
“여기서 끝이다”라는 논리적 위치를 부여할 때 발생한다.
2. 기존 논리의 정상 작동이 폭력이 되는 지점
기존의 형식 논리는
존재를 정지된 대상처럼 다룬다.
동일성은 유지되어야 하고
변화는 설명되어야 하며
모순은 제거되어야 한다.
이 규칙들은
대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작동을 판독하는 데에는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존재의 작동은
정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는
유지되면서 변형되고,
안정되면서 불안정하며,
지나갔으면서 아직 남아 있다.
이때 기존 논리는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A 아직 남아 있다 →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
B 이미 지나갔다 → 더 이상 현재는 아니다
그러나 존재는
그 A와 B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존재는 그대로 작동한다.
논리는 이 작동을 이해하지 못해서 폭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논리는 이 작동을 종결시켜야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이 된다.
3. 해석은 해결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것은 양가적이다.”
“이것은 모호하다.”
“이것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종결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결의 위치를 바꾸고 있을 뿐이다.
양가성은, 해석자의 결론이 두 개의 항 사이의 갈등 또는 두 항이 섞여있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유보이지,
끝낼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모호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역설은
논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표시하지만,
그 상태를 지속시키는 형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몸말철학에서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종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형식이다.
4. ‘면서’가 등장하는 자리
자연언어에는 이미
이 문제를 감지한 흔적이 있다.
“변화이면서 지속이다.”
“불안정이면서 질서다.”
“지나갔으면서 아직 남아 있다.”
이때 ‘면서’는
타협도 아니고 수사도 아니다.
‘면서’는
존재의 작동이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언어의 무의식적 증언이다.
그러나 자연언어의 ‘면서’는 불안정하다.
그것은 쉽게
비유로 오해되고,
모호성으로 흡수되며,
결국은 설명 편의상 제거된다.
그래서 철학은
‘면서’를 오래 견디지 못했다.
‘면서’는
기존 논리의 틀 안에서는
항상 임시적인 표현으로만 남았다.
5. ⧖(면서)의 필요 —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새로운 금지
여기서 ⧖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등장하지 않는다.
⧖는 설명을 늘리기 위해 필요해진 것이 아니다.
⧖의 유일한 역할은 이것이다.
종결을 허용하지 않는 논리적 위치를 고정하는 것.
⧖는
A와 B를 연결하지 않는다.
A에서 B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A와 B 사이의 중간항도 아니다.
⧖는 오직
다음의 오독을 금지한다.
“A는 결국 B였다”
“A는 B로 환원된다”
“이제 더 이상 달리 말할 수 없다”
⧖는 긍정하지 않는다.
⧖는 삭제한다.
끝났다는 판정을 삭제한다.
6. ⧖는 판단의 논리가 아니다
⧖는
참과 거짓을 가르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정당화도 제공하지 않는다.
⧖는 오직
존재의 작동이
언어 안에서 닫히지 않도록 만든다.
A ⧖ B라는 표기는
A가 유지되면서
동일한 작동 안에서
B로 전이되고 있음을 표시할 뿐이다.
여기에는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으며
종착지도 없다.
이 표기는
설명이 아니라
위상 고정이다.
7. 이 장의 한계 — 아직 정식은 아니다
이 장에서 ⧖는
아직 형식화되지 않았다.
⧖는 아직
연산자도 아니고,
규칙도 아니며,
논리 체계도 아니다.
⧖는
기존 논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자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논리적 요구다.
이 요구를 무시하면
존재의 작동은
언어 안에서 계속 종결될 것이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음 문제가 즉시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를
어떻게 오독 없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는 다시
시적 표현이나 임시 회피로 되돌아갈 것이다.
8. 결론 — ⧖는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성이다
⧖는
새로운 철학적 선택지가 아니다.
⧖는
기존 논리를 보완하는 장식도 아니다.
⧖는
존재의 작동을 판독하려는 순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최소 조건이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이다.
이 불가피성을
형식으로 고정하는 것.
다음 장에서는
⧖가 우연한 표현이 아니라
논리적 연산자로만 존속할 수밖에 없음을
정식으로 제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