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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멍 Oct 17. 2021

06_여름 운영 보고서

권장사양은 '여행을 위한 숙소'가 아닙니다만


성수기 예약률 62% 달성했지만

7월, 8월 총 62일을 기준으로


정말 시골 숙박업은 한철 장사에 그칠 수밖에 없는 걸까. 8월 22일 기준 권장사양의 예약 스코어는 39일의 숙박. 7월 중순에 에어비앤비 오픈을 했으니까 그때부터 8월까지를 여름 성수기 기간이라 생각하면 62일 기간 중 39일 예약이 차있으니까 여름 성수기 예약 비율은 대략 62%인 셈이다. (6월부터 오픈을 했다면 아마 더 많은 예약 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긴 함.) 


아무튼 초기에 투자한 금액이 있었고 이걸 1년 안에 메꾸는 게 목표였어서 현재 매출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7,8월 (39건) 제외하면 나머지 10개월 동안 총 80건, 월에 8건 정도가 들어오면 1년 뒤부터 생기는 매출은 전부 순수익이 된다. 1년에 119건. 연간으로 따지면 32%의 예약 비율인 셈.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은 기간은 주말에만 예약이 차도 무방하다는 뜻이긴 하다.


불광동 바리스타 김형의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드립 백
게스트분들이 보내주신 사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인싸 게스트님 다녀가셨다..


한철 장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

떠날 계획이 없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방법



근데 여름 성수기를 넘어서 1년 전체로 봤을 때 과연 32%를 맞출 수 있을까..?  

7월과 8월을 제외하고 게스트를 모객 하기 위해서는 사실 떠날 계획이 없었던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떠나지 않아도 그만인 사람들을 가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말이 쉽지...)


사실 고민이 많다. 한철 장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가을과 겨울 숙박이 필수인데 여름은 휴가 특수가 있어서 비교적 마케팅 포인트로 잡기 쉬운 부분이 많지만 가을과 겨울은 좀 애매하다. 사실 한철 장사할 거였으면 공간을 이렇게까지 구성해둘 필요도 없다. 집 자체가 한철 장사로 쓰기에는 좀 비효율적인 형태이기도 하고..


아무튼 기본적으로 숙박업에서 한철 장사라는 건 여행객을 타겟으로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 자체가 여행객이 늘어나는 시기와 같기 때문에 '한철'은 곧 '여행을 많이 떠나는 철'이기도 하다. 뭐 사실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오히려 허무하게 들리기까지 하는데 권장사양은 이 지점에서 고민을 참 많이 하고 있다.





세상에 좋은 숙소는 너무너무 많다.

그리고  나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누군가가 권장사양이라는 상품의 구매를 고려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한다. '숙소'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경쟁하기엔 사실 경쟁력이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여름휴가를 위한 숙소'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마 최악일 것이다. 정작 내가 숙소를 고르고 방문했던 경험만 떠올려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숙소를 먼저 고르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공간에 대한 기준점이 꽤 많은데, 권장사양이 전국에 있는 모든 훌륭한 호텔, 호스텔, 에어비앤비, 펜션, 민박집 등등과 경쟁한다고 생각해 보면 객관적으로 그다지 우선순위에 있어 보이진 않는다. 


아마도 지금 권장사양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대다수는 '여행을 가야 하는데 어떤 숙소로 갈까?' 해서 오신 분들이라기보다는 '단양으로 여행을 가는데 어디 숙소를 갈까?' 해서 오신 분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여행을 위한 숙소'보다는 '자연에서 쉬고 싶을 때' 찾는 곳

자연을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권하고 장려하는



그럼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권장사양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권장사양의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권장사양은 처음부터 물리적 공간에 대한 소구는 최소화하고 있다. 얼마나 근사한 집인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연과의 링크에 집중하려고 애쓴다.  에어비앤비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자연을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권하고 장려하는'이라는 수식어는 집이라는 실내 공간에서의 경험보다는 말 그대로 자연에서의 경험 전체를 강조하기 위함이 크다. 


'여행을 위한 숙소' 시장보다는 '자연에서 잠시나마 조용히 생각을 비우고 싶다'라는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으로 권장사양을 밀어 넣고 싶다. 실제로 권장사양은 자연 속 컨텐츠들이 풍부한 곳이다. 해 질 녘에 마당에 나와 있다 보면 은은하게 들려오는 개울물 소리나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숲과 하늘의 색채가 정말로 근사한 곳이다. 내가 반했던 그 모습들을 사람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실내를 최대한 신경 써서 꾸며둔 이유도  자연에 집중하는 것 외에 다른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될지 안될지는 테스트를 해봐야지

겨울 시즌엔 디지털 디톡스를 컨셉으로 운영


그래서 12월 ~ 2월, 3개월 동안의 비수기 시즌에는 조금 더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컨셉의 기획을 해보려고 한다. 이 기간에는 연말, 연초가 이슈가 있어서 '리셋'에 니즈가 있는 시기다. 한 해 동안의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기간이랄까. 나에 대해서 집중하고 삶의 불필요한 장치들을 덜어내고 비워내기 좋은 시간. 겨울 시즌 스테이의 컨셉은 '디지털 디톡스'로 생각 중이다.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으로부터 격리될 수 있는 장치들을 제공하고 읽고 쓰면서 나 또는 관계에 집중해보는 컨텐츠. 자세한 기획 내용은 다음 편에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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