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멍 Oct 31. 2021

9일차: 도대체나는 술을 왜 그렇게 자주 마셨던 걸까


1.Day

9일차


2. 가장 먹고 싶었던 술 : 발베니

: 오늘 핸드폰에서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별안간 디지털로 연결된 모든 관계들이 지겨워졌다. 일상을 전시하고 싶지도 않아졌고 문유석 작가님 말처럼 '인정 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엮이면 엮일수록 피곤하고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덜어내겠다고 마음먹는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인스타그램이 사라진 퇴근 후의 내 저녁 일상은 뭘로 채우지?'. 호기롭게 지우긴 했으나 난감하긴 마찬가지. 책과 달리기와 넷플릭스가 채우려나. 아! 무엇인가에 혹독하고 지독하게 빠져들고 싶다. 물론 사람 말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조촐하게 발베니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푸짐하게 이것저것 차려놓은 상 말고 그냥 물 한 컵과 아몬드 서너알 옆에 두고서.


3. 가장 먹고 싶었던 안주: 없음

: 솔직히 오늘은 별로 술 생각이 없다. 퇴근하고 남매의 여름밤 보고 집 가서 러닝 할 생각만 가득.


4. 오늘 함께 마시고 싶었던 사람

: 없음.


5. 오늘의 난이도: 1잔

: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셔서 그런가. 속이 쓰리다. 일이 한가로운 틈을 타서 차분히 생각해 본다. 나는 술을 왜 그렇게 자주 마셨던 걸까. 정말로 몸이 원해서 매일 마시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일종의 습관이었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타이밍을 고려했을 때 술이 있으면 좋은 순간들은 분명히 있긴 한데.. 내가 지금껏 범했던 실수들의 원인이 오직 술 때문였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조금 더 면밀하고 솔직하게 성찰해 본다. '술'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술을 절제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감정 과잉과 판단력 상실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나? 반성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생각은 좀 더 복잡해진다. '그럼 대체 나는 왜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가?'. 아,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건 차차 생각해 봐야지.


6.9일차 총평

: 내일이면 두 자릿수다. 오늘 확실히 배가 좀 들어간 게 느껴졌다. 빨리 집 가서 뛰고 싶다. 영화 취소할까? 왠지 즐거운 월요일.


7. 11월 1일에 마실 술: 3차 플랜

: 1차 맥주 -> 2차 와인 -> 3차 달모어 위스키. 자신 있음.

작가의 이전글 8일차: 아마 나를 엄청난 노잼으로 봤을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