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패밀리 비즈니스'인가...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별안간 어머니가 민박집을 오픈하겠노라 선포하시더니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참고로 어머니는 에어비앤비와 민박집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신다.) 지금 부모님이 생활하시는 집에서 차로 5분. 대략 5년 전에 친할머니가 사셨던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지어두신 게 있는데 그 집에 비로소 쓰임새를 부여하시겠다는 계획이신 거다. 그간 빈집이나 다름없었으니 가끔 나나 부모님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부탁하면 하루 정도 집을 빌려주긴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민박집 간판을 내건다고 하시니 나로서도 묘한 책임감 같은 게 샘솟았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패밀리 비즈니스인가.
하지만 현실에 맞게 컨셉은 약간 바꿔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도 언젠가는 민박집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으므로 꽤 진지하게 이런저런 컨셉들을 생각해 보곤 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컨셉이 바로 사람들에게 일주일 단위로 집을 빌려주는 형태의 숙박이었다. '얼마치의 돈을 지불하면 일주일 동안 시골에 여러분의 집이 생겨요'하는 식의 컨셉이였는데 자연이 고픈 사람들에게 적어도 월화수목금토일. 딱 일주일만큼은 자연을 온전히 사적으로 소유하는 경험을 주고 싶은 바람이 컸다.
약 2년 전 사당역 근처 횟집에서 나의 절친이자 뼛속까지 이과생인 김성수가 심플하게 '대강 숙박'으로 지으라던 것을 철저히 묵살시키면서 별안간 내가 지었던 이 숙소의 이름은 권장사양 (勸奬仕樣). 숙박 경험을 위해 권하고 장려하는 사양(공간)이라는 뜻으로 룸타입을 '최소사양'과 '최대사양'으로 구분 지어 각기 다른 숙박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컨셉이였다. 초초초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차이점은 다음과 같았다.
최소사양 : "이만하면 충분하지" : 미니멀
최대사양 : "이 정도는 되어야지" : 맥시멀
ㄱㅈㅅㅇ / 산, 구름, 해, 그리고 집
우선 기본적으로 권장사양의 자음만 모아서 자간을 축소시키니까 아래와 같은 모양이 나왔다. 사실 권장사양이라는 의미는 너무 좋지만 한글로 모두 풀어쓰기엔 너무 글자 수가 많아서 (한자 표기는 애초부터 포기) 웰컴 카드, 스티커, 엽서, 인스타그램, 웹사이트 등등 모든 브랜딩적 요소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심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위의 심볼은 내가 키노트로 슥슥 대충 만든 거라서 전문가의 리터칭이 필요하지만 우선 방향성은 위와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로고 안에는 자연의 모든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로고만으로도 권장사양이 자연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로고 속에는 산도 있고, 태양도 있고, 집도 있다.
결국 머무는 사람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숙소에서 직접 체험하는 경험이다. 숙소는 오감을 모두 동원해서 소비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쁜 로고와 그럴듯한 메세지로 아무리 포장을 잘해봐야 공간에서의 경험이 별로라면 모두 소용이 없다. 권장사양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얼마나 디테일하고 세심하게 디자인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잘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