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에어비앤비를 하는 방법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그냥 한다. (높은 확률로 허가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2. 허가받고 한다.
권장사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행정적인 부분들을 체크해봤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말로 민박업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수다. 그리고 그 기준은 지역에 따라 '농어촌민박업'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구분된다.
사실 에어비앤비를 하려면 그냥 하면 된다. 하다못해 비닐하우스도 사진을 찍어서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무지 나로서는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 뒤탈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후 문제가 될 소지들은 모두 해결하고 싶었다. 지자체(단양군)의 농어촌 민박업 등록 기준을 모두 살펴봤고 건축물대장도 열람해봤다. 대부분의 조건들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한 가지 발목을 잡은 사항이 바로 '오수처리 시설' 관련 이슈. (이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이거 하난 줄 알았지...)
아래의 표처럼 농어촌 민박시설 허가를 위해서는 정화조 용량이 35L/m2를 충족해야 한다. 우리 집은 연면적이 69m2라서 단순 계산으로 약 2.415L (약 2.5톤) 용량이 필요한 상황인데 아버지께 여쭤보니까 당시에 1톤짜리 (5인용) 정화조를 매립하셨던 것 같다고 하셨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하셨음) 사실 건축물대장을 열람해서 확인해보면 그만인데 문제는 당시에 정화조 용량을 정식으로 신고하지 않아서인지 해당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있었다.
후술 하겠지만 문제는 정화조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집 용량이 부족한 게 맞았고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영업용 정화조 교체 비용이 무려 N 백만 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도 사전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대략 얼마 정도가 나올지 나름 예상을 해봤는데 내가 예상했던 비용보다는 적게 나왔다는 점이다. (멘붕 proof..)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된 상황이니 여러모로 복잡해졌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부모님은) 고민을 많이 하셨다.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없었던 일로 마무리 짓거나 과감히 밀어붙이거나 둘 중 하나인 상황. 엄밀히 말하면 이건 내 선택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비용을 투자하는 것부터 실질적인 운영까지 대부분 부모님이 맡으실 예정이셨으니 두의 선택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걸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브랜드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오랜 욕심과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간 비슷한 종류의 작은 기회들이 몇 번 생기기도 했었지만 내가 잡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번에도 어영부영하다가 끝나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뭐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분히 이런저런 방법들을 생각해보다가 가족들을 설득해보기로 했다. 어쨌든 말로만 자신 있다 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 있음을 보여주려면 조금은 진지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낯부끄럽긴 한데 그간 생각해오던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피피티로 보여드리는 게 제일 효과적이겠구나 싶었고 진짜로 그렇게 발표(?)를 했다.
광고 회사 다닌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마침 며칠 뒤에 가족 상당수가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있어서 그 날짜에 맞춰서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코믹하긴 한데 점심 식사를 마칠 때쯤에 거실로 가족들을 불러 모아 앉혔고 TV에 노트북을 연결했다. 그리고 어제 쿠팡으로 급하게 주문한 PPT 리모컨을 딸깍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30분 정도의 발표를 마쳤다. 발표 내용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가족들 모두가 꽤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는 데에 있다. 다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았던가? 이 발표의 지속시간은 채 10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발표 후에 꽤 좋은 질의응답도 오고 가고 나름 괜찮은 전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내 모습이 좀 낯설고 신기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가족끼린 의외로 단편적인 모습만 공유하곤 하니까).
위의 이미지들은 발표 자료 중 일부이다. 큰 맥락은 '두음길 26'이라는 빈집을 활용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그리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방법, 그리고 실질적으로 얼마의 가격과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었다.
링 위에서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파악하게 된 문제점들을 두서없이 나열해보겠다.
1) 농어촌 민박업을 하고자 하는 집에 부모님 중 한 분의 주소지가 이전되어 있어야 한다.
2) 대지 및 건축물 도면이 없어서 서류 신청 및 실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3) 지붕, 창고가 불법 건축물에 포함된다.
4) 대지 현황 재측량이 필요하다.
5) 창고 철거 후 지붕과 처 양막을 포함한 건축 도면을 다시 그려서 신청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위의 다섯 가지 사항들을 다시 준비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들이 추가로 들었고, '그냥 하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또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처음 계획했던 그대로 척척 진행되는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은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 중이지만) 급하게 조바심 갖지 않고 천천히 풀어나가기로 부모님과 의기투합했다. 이 부분은 다른 회차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