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바람이 몹시 심한 날이였다.
바다에서는 거치 파도와 함께 안개가 물보라 처럼 일어나고,
산의 나무들은 45도 쯤 기울어진채 힘겨워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맑아서 구름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한눈에 보인다.
울릉도에 온지 열흘이 지나고,
나는 어느 때보다 날씨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반응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햇살에 따라 변하는 바다색과 지평선의 굵기와 밝기, 물의 흐름,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구름, 구름과 석양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광경 ...
이제 아이들은 하늘이 하늘색이 아니고 바다가 파란색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북면 천부리에서는 송곳봉을 보며 보며 날씨를 가늠한다고 한다.
아침이면 들여다보던 날씨 앱 대신 송곳봉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볼때마다 다른 느낌의 송곳봉은 흐린 날은 안개에 둘러쌓여 곧 비가 올 거라는 걸 알린다.
오늘 아침 맑디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잔잔한 북쪽 바다, 그리고 선명한 송곳봉이
어제와 다른 화창한 오늘의 날씨를 알려준다.
예측할 수 없는 변덕쟁이 날씨는 울릉도에서의 삶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