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교, 아름다운 아이들
비가 오는 오늘 아침,
밤새 비가 내려 안개가 서린 송곳봉 풍경 만큼이나
설레이는 첫 등교날이다.
아이들은 책가방 한가득 교과서를 실고 기대 가득한 표정이다.
비가 오는 해안도로를 달리며,
이처럼 아름다운 등교길이 실감나지 않는다.
울퉁불퉁 공사중인 길이 기대와 설레임, 떨리는 우리네 마음 같았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학교 위치는 생뚱맞은 길가였고,
지도에서는 한발치 앞일 것 같은 학교가 건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앞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좁은 길 따라 한참을 어쩔 도리 없이 가게 되었다.
그제서야 보이는 단층짜리 학교 건물은 내 마음과 달리 시야에서 멀어진다.
되돌아가야하나, 계속 가서 둘러와야하나 망설이던 때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한다.
친절한 엄마 덕에, 무심코 지나쳤던 병설유치원 표지판을 찾아내고,
가까스로 9시 맞춰 학교에 도착했다.
낯선이와의 만남이 달갑지 않을 요즘인데,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아이들을 교실로 보내고, 돌아가려니 교실도 궁금하고 학교도 궁금해진다.
망설이는 중에 마주친 3,4학년 담임선생님께
어렵사리 학교를 둘러봐도 되겠냐고 여쭈었다.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학교를 설명해주신다.
5학년 교실을 보니, 우리 아이 포함 3명인줄 알았는데,
남자아이와 우리아이 둘만 앉아있다.
늘 좁은 교실에 많은 아이가 공부하는 과밀학급만 보다가,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둘의 어색한 기운이 느껴서 웃음이 나왔다.
우리의 기척을 느끼신 선생님이 나오셔서,
오늘 여자아이가 집안 행사로 결석을 했고, 그 덕에 '소나기'의 한장면을 보는 듯하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한번 더 웃는다.
그렇게 우린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현포 분교는 전교생이 8명인 작은 학교이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 책가방에 들어있는 방과후 시간표를 보니,
3명의 담임 선생님이 방과후까지 도맡아 열혈모드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물론, 음악, 체육 등의 예체능은 초빙 선생님들이 하신다.
하교길에 5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내일 토요일도 방과후 수업이 있다고 하신다.
'대체 선생님들은 언제 쉬시는걸까'
내 질문에 선생님의 답은 짧았지만, 학교와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이 학교에 부임하신지 3년째인 선생님은,
아름다운 울릉도 만큼이나 아이들이 순수하고 착하다고 하셨다.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인가보다.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큰 아이는 조잘거리며 학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 급식이 엄청 맛있다. 감자탕, 오징어볶음, 총각김치가 최고의 맛이라고 했다.
- 급식은 강당겸 급식실에서 함께 하는데, 전교생이 모여 함께 먹고 함께 논다.
- 하교 후 현포 교회에 모여 대부분의 아이들은 6시까지 보드 게임 등을 하며 같이 논다. 오늘도 가고 싶었으나 못갔다. 다음부터는 꼭 가고싶다.
- 강당엔 피아노가 6대 가량 있어서, 고학년/저학년이 나누어 받는 수업에서 1인 1피아노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다.
- 너무 재.미.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정말 잘왔구나 하는 생각과 여길 어떻게 떠나지 하는 걱정이 함께 든다.
벌써부터 아쉽고 서운하다.